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5월 23일] '바담풍'이 아니라 '바람풍'

[데스크 칼럼/5월 23일] '바담풍'이 아니라 '바람풍' '천박(생각), 척박(철학), 경박(언행), 야박(인심), 구박(취미), 윽박(특기), 호박, 깜박, 타박, 압박, 핍박, 해박, 대박, 절박, 쪽박, 도박, 임박, 포박, 희박, 협박, 촉박, 친박(싫어하는 것).' 위에 열거한 '박'자 돌림의 단어들은 시중에 떠돌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시리즈 중의 하나다. 대통령의 성향과 언행 등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희화화한 단어들로 차마 그대로 다 표현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아무튼 절묘하게 짝을 지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 단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닥을 기고 있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와 부정적 이미지, 실망감과 무관하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 대통령직인수위위원 때부터 시작된 헛발질이 정부 출범 이후 3개월째 계속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밀월기간도 없이 새 정부와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이처럼 싸늘하게 식은 것은 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땅부자 내각에 대한 비판과 부적절한 인물의 밀어붙이기 등용, 친박 복당 문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대운하 건설,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 없이 꼬여만가는 정국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건 당연하다. 국제 유가와 물가는 연일 고공비행을 하는데다 소비자지수는 바닥을 기고 있고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돼 급기야 10년 전 환란을 초래한 주범인 단기외채와 경상수지 적자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분석과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기대했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생활체감 지표는 말이 아닌 상황에서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였다'는 푸념이 저절로 나올 만하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6개월만 지나면 '노무현 대통령이 더 나았다'는 이야기가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3개월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만 것이다. 국민들이 '아니 되옵니다'를 외치면서 말릴 때는 못 이기는 척하고 한발 물러서는 것도 현명한 선택인데 지난 3개월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자연히 국민들로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서 겪었던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피로를 느끼고 있다.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은 실적이 모든 걸 말해주지만 국가경영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목표를 향해 국민들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명분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속된 말로 위에서 '까라면 깐다'는 식의 태도와 자세는 기업에서는 먹힐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MB주식회사의 직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업무자세와 태도는 반드시 바꿀 필요가 있다. '나는 바담 풍'이라면서 '너희들은 바람 풍'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들 누가 따르겠는가. 훈장이 바담 풍 하면 학동들은 바담 풍으로 듣고 그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똘똘한 학동들이 바람 풍이라고 바로잡아주는데도 굳이 훈장 혼자 바담 풍을 고집할 때다. 훈장으로서의 권위와 체면은 자연히 땅에 떨어질 뿐 아니라 급기야 학동들이 서당을 떠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나마 이제까지는 훈장이 바담 풍해도 학생들이 바람 풍이라고 제대로 한 덕에 한국사회가 이만큼 발전했는지 모른다. 지시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은 쉽고 편하다. 그러나 지시와 명령도 상대가 수긍하고 흔쾌히 받아들일 때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옛말에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전임 대통령의 오기와 어깃장을 비난하다가 정권 잡았다고 똑같이 따라 하다가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대통령이 소통부재를 자인하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지난번에 손가락 한번 잘라봤음 됐지 또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