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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계 거목 김태길 교수 별세


한국 철학계의 거두 김태길(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27일 오후11시 별세했다. 향년 88세. 지난 1987년 철학문화연구소를 개설하고 타계 직전까지 계간지 '철학과 현실'의 발행인으로 활동한 고인은 '철학의 현실화, 현실의 철학화'를 구호로 내걸고 현실로부터 유리된 철학을 대중에게 가까이 가도록 하는 데 이바지했다. 고인은 충북 중원에서 태어나 194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ㆍ건국대ㆍ연세대를 거쳐 1965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봉직하다 1986년 정년퇴직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지냈고 한국방송공사ㆍ철학문화연구소ㆍ심경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학술원상, 인촌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한국윤리의 재정립' '직업윤리와 한국인의 가치관' '공자사상과 현대사회' '일상 속의 철학' '유교적 전통과 현대한국' 등이 있다. 철학자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수필가로 더 잘 알려졌다. '초대' '창문' '삶이란 무엇인가' '웃는 갈대' '멋없는 세상 멋있는 사람' 등 수필집을 여러 권 냈으며 한국수필문학진흥회장ㆍ한국수필문우회장을 지냈다. 사회활동도 활발했다.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윤리운동을 이끌기도 했으며 2006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지식인 선언에 동참했다. 도덕적 무정부 상태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해방 직후 법학에서 철학으로 전공을 바꿨으며 타계 2개월 전까지도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제자인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은 "다른 어떤 교수보다 복잡한 철학 내용을 쉬운 말로 풀어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하셨다"면서 "술은 거의 안 드시고 근엄한 편이셨지만 유머도 많으셨다"고 회고했다. 부인 이종순씨와 아들 도식(건국대 철학과 교수)씨, 딸 수경ㆍ효남씨를 뒀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7시다. (02)2030-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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