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역모기지 성공하려면

지난해 말 역모기지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역모기지가 시행되게 됐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춰볼 때 고령사회 대책의 하나인 역모기지가 시행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실제 이 제도가 시행됐을 때 고령층의 호응을 얻으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는 회의적인 대답이 많다. 재정경제부에서도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수반할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에서 역모기지 정착이 어려울까. 단순히 제도가 새롭기 때문일까.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령층이 역모기지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두려움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식에게 상속할 재산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현재 재경부ㆍ주택금융공사에서 설계하고 있는 역모기지 상품을 보면 이 같은 두려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한국에서 설계 중인 역모기지 상품의 지급방식은 종신연금방식뿐이고 융통성이 결여돼 있다. 제한적으로 일시금 지급방식을 선택하고 있지만 전체 대출한도의 30%까지뿐이고 이나마 병원비ㆍ자녀결혼 등 극히 제한적인 용도로만 허용되고 있다. 역모기지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은 어떨까. 최근 미국의 역모기지(연방정부 보증 HECM 상품)는 지난 2000년 이후 성장세가 매년 50%를 넘고 있어 단순한 증가라기보다는 ‘폭발’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30일로 회기가 끝난 2006 회계연도의 전년 대비 역모기지 성장률은 무려 77%다. 즉 정부의 승인 건수를 기준으로 2006 회계연도 역모기지 대출건수는 7만6,351건을 기록, 2005 회계연도의 4만3,131건보다 77% 급증했다. 이 같은 급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 역모기지 폭발의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포괄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상품설계와 역모기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면서도 두려움을 줄여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크레딧라인(Creditline Growth)’ 제도에 있다. 역모기지에 대한 호기심 또는 이 상품에 가입하겠다는 동기는 무엇일까. 내가 살던 집에서 살면서 (이사가지 않고), 죽을 때까지(중간에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의 돈(연금과 비슷)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두려움은 무엇일까. 내 집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내가 돈을 받으면 받을수록 내 집에 대한 나의 소유권이 점점 사라지고 마침내 자식에게 상속할 재산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에 ‘증가하는 크레딧라인’ 제도라는 것을 통해 ‘호기심은 키우고 두려움은 줄이면서’ 교묘히 조화시키고 있다. 미국 역모기지 상품(HECM)을 보면 종신연금방식(tenure)과 함께 크레딧라인 방식이 있다. 즉 역모기지에 가입하면 내가 집을 담보로 맡기는 것의 대가로 일정한 크레딧라인을 은행ㆍ보험회사로부터 받아 필요할 때마다 돈을 찾아 쓰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 크레딧라인이 매년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내가 돈을 찾을 수 있는데도 찾지 않고 내 계좌에 남겨두는 것은 투자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자, 또는 배당금과 유사하게 매년 내 계좌 금액이 늘어난다. 증가율은 현재 연 7.34%이다. 내가 크레딧라인 원금은 찾지 않고 증가하는 부분만 매달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금액이 종신연금 형식의 매달 지급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결국 ‘증가하는 크레딧라인 방식 (Creditline Growth)’을 선택하면 유사시 자식에게 상속할 수 있는 재산(크레딧라인 원금 부분)은 남겨두면서도 매달 생활에 필요한 돈은 받을 수 있어 고령층의 요구(현금소득과 상속)를 조화시키고 있다. 미국보다도 자식 사랑이라면 더욱 끔찍한 한국의 정서를 생각할 때 상속문제에 대한 고령층의 두려움을 줄이지 않는 한 한국의 역모기지 정착은 쉽지 않다. 한국 역모기지 성공의 관건은 고령층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융통성과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비자층의 선호를 무시한 경직적 혹은 정략적인 정부정책은 큰 혼란과 시행착오에서 오는 경제적 손실을 야기시킬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