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60) 독일 총리가 지진해일(쓰나미) 사태를 계기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선진국 정상들이 쓰나미 사태에 늑장 대응해 빈축을 사고 있는 반면 슈뢰더 총리는 크리스마스 휴가마저 취소한 채 쓰나미 피해국에 대한 지원과 자국민 보호에 나서 신망을 얻고 있다. 슈뢰더는 지난 12월 27일 쓰나미가 발생한 지 불과 36시간만에 휴가를 서둘러 취소한 채 업무에 복귀해 쓰나미 피해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독일인 피해자들을 공수하기 위해 태국에 군용기를 급파했다. 그는 “쓰나미 피해국가들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적극적인 부채 탕감을 주장하는 가 하면 선진7개국(G7)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 제공 의사를 밝혔다. 쓰나미 피해국에 대한 독일 정부의 지원금 규모는 6억7,400만달러로 호주의 7억6,400만달러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쓰나미 사태를 계기로 슈뢰더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인도주의적인 지도자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페터 로슈 독일 괴팅엔 대학 정치학교수는 “슈뢰더는 이번 쓰나미 사태를 맞아 뛰어난 정치적 자질과 감각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슈뢰더의 행보는 올 9월로 예정된 독일 총선에서도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실업자 증가 등 경제난에 따른 파장은 재선을 노리는 슈뢰더로서는 더할 수 없는 약점이다. 지난 98년 총선 때 “임기안에 실업자를 35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실업자는 무려 450만명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슈뢰더는 ‘외치(外治)에서는 수재, 내치(內治)에서는 둔재’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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