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한 중소기업 목록을 알 수 있다면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서강대 화학과 4학년 김승현)
“진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아 항상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임수영)
취업에 고민도 생각도 가장 많을 때인 20대 청년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과 정책 대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접 털어놓는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13일 오후 2시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밭대학교 회의장에는 방하남 고용부 장관과 전국에서 온 30명의 대학생, 인근 지역의 고용센터 관계자 등이 한 데 모여 청년고용문제의 해법을 함께 찾아보는 ‘톡(Talk) 터놓고 말해 봐요’ 행사가 열렸다.
푸른셔츠에 노타이 차림의 방 장관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은 대학생들은 지금까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과 또래들의 고민을 두 시간여에 걸쳐 쏟아냈고 방 장관은 중간중간 메모를 해 가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타운홀 미팅(자유 공개토론) 방식으로 특별한 진행 없이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뤄지면서 대학생들은 장관에게 솔직한 심정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참가자 다수가 졸업을 눈앞에 둔 4학년 졸업생이다 보니 화젯거리는 단연 취업문제였다.
김건영(21ㆍ영남대 심리학과 4학년)씨는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들 대기업, 정규직과 같이 안정된 일터를 찾고 있는데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다 보니 취업 재수생, 졸업 유예자가 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장혜진(20ㆍ인하공업전문대 조선해양과 2학년)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ㆍ복리후생 격차가 크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을 꺼리고 대기업으로만 몰려 취업이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방 장관은 “청년들이 당연히 좋은 직장 찾고 싶어할 것”이라며 공감의 뜻을 나타낸 뒤 “기업 여건을 바꾸도록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중소기업의 시설 지원이나 복지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 기업 간 격차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취업하기 좋은 강소기업의 정보 제공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송은지(22ㆍ아주대 경영학과)씨는 “중견기업이나 강소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학생은 많은데 정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리에 함께한 신기창 고용부 인력수급정책국장은 “강소기업 9,752개를 추려 워크넷(고용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구직자들이 찾기 쉽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취업포털 사이트와 각 대학ㆍ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도 기업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는 진로와 적성을 찾고 능력을 키워나가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지혜(22ㆍ용인송담대 비서경영과 2학년)씨는 “대학에 갈 때 적성보다는 성적에 따라 학과를 결정하면서 전공과 희망직업이 따로 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구대 환경조경과를 졸업한 김솔래(24)씨는 “학교 교육제도를 개선해 졸업과 함께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방 장관은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다짐했다. 그는 “학벌이나 학력, 스펙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전문성과 능력을 보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현장중심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일ㆍ학습 병행제도를 통해 현장에서 기술도 배우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스위스의 직업학교와 독일의 도제 훈련 등을 참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고친 일ㆍ학습 병행제는 기업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제도로 기업 취업희망자를 뽑아 이론ㆍ실무교육을 시키면 학습근로자는 학위를 취득할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 역시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뒷받침한다. NCS는 일종의 인재양성 지침서로 직업교육훈련과 자격제도, 기업의 인사관리(채용ㆍ임금ㆍ승진)의 기준이 된다. NCS를 통해 한 개인이 일하는 동안 어떤 경로로 성장해 갈 수 있는지 예측하고 체계적인 경력개발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영상연출과 선체정비 등 모두 254개 NCS 개발을 완료했으며 올해 전문대 70곳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100개 학교 교육과정을 NCS에 맞게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채용설명회가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학생은 취업정보를 얻기 어렵다’(한밭대 전자공학과 4학년 허승훈씨), ‘체계화된 직장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한밭대 경영학과 4학년 정신영씨)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제기됐고 방 장관은 개선을 약속했다.
방 장관은 “더 많은 청년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일자리를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 해 나갈 것”이라며 “청년들도 자신의 전문성 어떻게 쌓아갈지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