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감독의 연출과 주연 배우 옥주현의 만남, 옥주현의 원 캐스팅(단독 주연) 등으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아이다'가 또 한번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지난 23일 저녁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이다'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 제작사 측은 옥주현이 이날 오후 2시 공연을 마친 뒤 목 상태가 나빠지면서 저녁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폭설을 뚫고 어렵사리 공연장을 찾았다 헛걸음을 친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몸을 추스른 옥주현은 이번주에 다시 무대에 올랐지만 옥주현이 더블 캐스팅 없이 단독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아이다' 개막에 앞서 열린 간담회 때도 기자들은 원 캐스팅이 무리수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다수 공연의 경우, 특히 '아이다' 같은 장기 공연은 주연 배우 혼자 감당하기에 체력적으로 벅차 더블 캐스팅은 물론 같은 배역에 세 명, 심지어 네 명까지 캐스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당시 박칼린 감독은 "150년여 된 브로드웨이에서는 원 캐스팅이 원칙"이라며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 원 캐스팅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옥주현 역시 "원 캐스팅으로 공연하면 다른 배우들과 충분히 연습할 수 있고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오는 3월 27일까지 총 120회의 공연 중 3분의1 정도만 소화한 현 시점에서 옥주현은 관객과 약속한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건강 상의 문제로 공연을 못하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주변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는 단 1%의 가능성마저 외면한 제작진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 장기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검증하지 못한 주연 배우의 과실은 비난 받을 만하다.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려한 출연진이나 작품의 퀄리티보다도 '관객들과의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상식을 새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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