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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 '한옥' 출간한 박나니씨, "숨쉬는 한옥엔 영묘한 기운 돌지요"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 등 명품한옥 12채 속살 공개


"전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K팝과 드라마가 한국을 알렸으니 이제 한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올바르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우선 한옥으로 첫 책을 시작하지만 한국 가구, 건축, 디자인 등에 대한 책을 계속 출간할 계획입니다."

문화·관광 등의 서적을 출간하는 180년 역사의 미국 출판사 터틀(TUTTLE)사를 통해 영문판으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책 '한옥(Hanok)'을 내놓은 기획자 박나니(51·사진)씨의 포부다. 대학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하고 외국 출판사에서도 일한 적 있는 그는 2년 전 에릭 오이 터틀출판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옥에 대한 공감이 통해 책을 출간하게 됐다. 25일 출판기념회에 앞서 서울경제와 만난 박 씨는 자신부터 한옥에 매료된 사연을 소개하며 기획 취지를 밝혔다.

"8살이던 1972년 부모를 따라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가 1998년 남편을 따라 귀국하기 전까지 '한국 밖'에서만 자랐으니 제 취향이나 문화습관은 영락없는 '외국사람'이죠. 그런 내가 한옥에 빠져들어 지금도 불편함 아랑곳 않은 채 한옥에 살고 있습니다. 그 매력과 아름다움을 외국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리고자 12채의 한옥을 선정했고 그에 맞는 글과 사진을 붙였습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2년이나 걸린 신간 '한옥'은 로버트 파우저 박사가 영문으로 글을 썼고, 김종근 사진작가가 한옥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포착해냈다. 첫 장을 여는 한옥은 100년 넘은 고택 '우이동 별장'으로 박씨의 시할머니가 종로에 있던 한옥 3채를 그대로 옮겨 지어 시부모가 살았고 이어 박씨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다. 이례적으로 방안까지 공개한 '윤보선 고택'에서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 전통 소반상을 개량해 직접 디자인한 식탁과 의자도 볼 수 있다. 가로로 긴 창문을 내 인왕산 풍광을 액자처럼 집안에서 즐기게 한 '지우헌',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선물한 의자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반송재' 등은 해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명품 한옥이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남의 집을 보여달라" 요청하는 것이었기에 흔쾌히 대문을 열어준 12명의 집주인이 가장 고마운 이들이다. 한옥의 자연 빛을 살리기 위해 봄·가을에 주로 사진을 찍었지만 유난히 더웠던 어느 촬영 날 "한옥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땀이 날아갈 정도로 시원하고 영묘한 기운이 돌아 역시 '숨쉬는 집'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책은 내년 2월 세계적 인터넷출판유통업체 아마존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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