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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러시아 제재 실효성 의문

푸틴 측근 등 대상 확대했지만 돈줄 쥔 기업인은 빠져

S&Pㆍ피치, 러 신용전망 하향 러도 서방에 보복제재 맞불

겐나디 팀첸코

아르카디 로텐베르그

유리 코발축

세르게이 이바노프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으로 제재 대상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 등 러시아 경제를 직접 타격하는 조치를 못 내놓으면서 효과를 의심 받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맞서 미국 정치인 등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등 보복제재를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산 동결, 여행 금지, 금융거래 금지 대상에 러시아인 20명과 은행 '방크로시야'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겐나디 팀첸코 볼가그룹 회장과 로텐베르그 형제, 유리 코발축 방크로시야 회장이 포함됐으며 푸틴의 친구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장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도 포함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푸틴의 '이너서클'의 심장을 겨냥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스·원유 등 러시아 경제의 중심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U도 21일 정상회의에서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중단 대상자를 종전 21명에서 33명으로 늘리고 오는 6월 예정된 EU·러시아 정상회의 취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서구의 제재명단에는 여전히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회장과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 등 러시아의 '돈줄'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처럼 러시아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에너지기업과 기업인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지 못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힘들다는 평가다. 특히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상당히 얽힌 유럽 국가들이 자국 경제에 역효과를 우려하며 본격적 제재를 주저하고 있다.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도 추가 제재는 준비 조치에만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의 자동차, 이탈리아의 패션, 영국의 금융, 그리스의 관광까지 러시아가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국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추가 제재에 적극적이지만 폭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이 제재를 만류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벌써 제재를 피해 가는 사례도 나왔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팀첸코 회장의 경우 제재 하루 전인 19일 자신이 소유한 군보르 지분을 모두 동업자인 스웨덴 출신 토르비요른 토른크비스트에게 넘겼다. 그나마 푸틴 대통령의 돈줄 중 하나를 묶는 데도 실패한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미국 정부 인사와 정치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으로 응수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공화당),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대니얼 파이퍼 대통령 선임보좌관, 벤 로즈 대통령 보좌관 등 9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이날 각각 러시아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은 두 회사 모두 'BBB'로 유지했다. S&P는 "러시아의 정치·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투자 감소와 자본 유출로 이어져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 역시 "제재로 인한 잠재적 충격을 반영해 전망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하고 내년에도 2%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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