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수익보장에 따른 혈세낭비와 사업구상 단계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수요예측으로 무수한 논란을 낳았던 민자사업을 정부가 다시금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초연금 도입 등 복지공약에 고정적으로 나갈 돈이 매년 늘어나는 반면 경기침체로 쓸 돈은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는 탓이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도 신통치 않고 경제전망까지 하향 조정하는 판에 민자사업 확대는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민자사업 활성화로 당장의 재정부담을 덜 수는 있지만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사업기간과 대규모 자금이 요구되는 대형사업일수록 그렇다. 정부는 지방공약 사항까지 민자로 추진할 계획이나 재정구조가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는 민자유치를 뒷받침할 지급여력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민자를 적극 끌어당겼던 디트로이트시 파산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기대만큼 민자가 모일지도 미지수다. 민자사업자의 이익을 국민세금으로 보장하는 수입보장방식(MRG)이 폐지돼 유인요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민자유치정책 자체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이라면 SOC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과잉 중복됐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건설업자와 지역 토호, 정치인이 연결되는 토건투자는 창조경제의 지향점과 정반대다. 꼭 필요한 건설투자라면 정부가 맡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재정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자유치 확대는 복지에 발목 잡힌 재정의 다른 얼굴이다. 예산지출 순위부터 다시 짜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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