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막후 대화채널을 가동하며 접점 찾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양쪽 모두에서 여전히 강경론이 득세해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셧다운 첫째 주를 마감한 주말은 그야말로 지루하고 식상한 정쟁으로 얼룩졌다. 가중되는 여론압박 속에서 “누가 더 비난을 덜 받느냐”는 식의 책임공방이 계속됐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사안별로 단편적인 예산관련 법안 처리를 주도한 뒤 상원의 민주당에게 이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는 셧다운 책임소재를 놓고 공화당이 ‘예산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자 부분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모양새를 보여줌으로써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 책임을 민주당에게 넘기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원이 지난 4일(현지시간) 처리한 법안들은 보건, 재난관리, 국립공원, 박물관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의 지출을 일단 허용하는 것이다. 또 국경수비와 ‘헤드스타트’ 유아 교육프로그램 관련 예산지출 법안도 표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상원을 이끄는 민주당은 단편적 접근은 안 된다며 잠정예산안 전체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의 여론 흐름이 유리하다고 보고 공화당으로부터 확실한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주목할 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겉도는 양측의 정치공방이 서서히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상·하원을 장악한 양당 지도부는 주말에 앞서 전열과 대오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워싱턴에 머물 것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여론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일반 의원들이 극도의 피로감과 불만을 호소하자 양당 지도부는 5일 하루 지역구에 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상·하원은 7일 오후부터 회의 일정에 들어간다.
이 같은 피로도 속에서 양측은 물밑 접촉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출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대두하고 있다. 셧다운 사태가 일주일을 넘기면서 물리적 시간 경과 자체가 심리적 부담이 되는데다 오는 17일로 다가온 국가부채 상한 증액 협상시한이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표면상으로는 “부채상한 조정은 협상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셧다운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고려해봄직 하다’는 시각들이 나오고 있다.
또 하나의 주목되는 중재카드는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 등 공화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그랜드 바겐'이다. 공화당이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고 부채상한을 조정하는 대신 공화당의 제안대로 복지·세제개혁안을 손질하자는 것이다. 공화당은 개혁안에 오바마케어의 핵심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크다.
똑같지는 않지만 공화당의 롭 포트먼(오하이오) 상원의원의 제안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지출 일부 삭감, 세제개혁 등을 주장하는 대신 1년간 현 수준에서 정부지출을 유지하는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부채상한도 일부 증액하는 게 골자다. 포트먼 의원은 수전 콜린스(메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함께 최근 민주당 중진 의원들과 비공식 회동을 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그랜드바겐안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자 사설에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진정성 있게 초당파적으로 복지·세제개혁을 논의할 생각이 있다면 오바마 대통령도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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