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나 부의 극대화를 우리의 기본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했듯 '단지 유용한 것일 뿐이며 다른 것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의 양심'으로 불리는 아마티아 센은 대신 민주주의와 자유를 그 자리에 놓는다. 그에게 민주주의와 자유는 인간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줄 사회발전의 수단이자 목적이며, 경제 발전을 자유의 확장과정으로 본다. 센은 평생 빈곤과 불평등ㆍ기아ㆍ복지 등의 문제에 전념한 경제학자로, 1998년 후생경제학(복지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또 2011년 환경보전과 지구적 차원의 분배정의 실현을 위한 '스톡홀름 메모랜덤'에 서명한 20명의 노벨상 수상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특히 야당의 행동주의를 예로 들며, 결국 독재적인 정부를 효율화하고 기근도 막는다고 지적한다. 민주화 이전의 한국이나 피노체트의 칠레에서 야당의 지속적인 활동은 결국 정부가 사회적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용하도록 압박했고, 또 기근 같은 국가적 재난의 책임을 곧바로 지도층에 묻게 돼 미리 그들이 방지대책에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5~1998년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수십만명이 굶는 것 같은 일이 생길 수 없다는 얘기다.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올 일에 느긋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특히 시장의 자유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시장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일부 진보 이론가에 대해서는 '진정한 진보가 아니라 사실은 특권적 자본가의 편에 서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할 정도다. 그는 시장을 제한하는 것보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기회의 평등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력한 사회정책이 삶의 질을 확 높인 인도 케랄라 주나 중국, 스리랑카처럼,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높아지길 기다리기 보다는 공공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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