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골드만삭스ㆍ네슬레ㆍP&G…'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각 분야에서 경쟁업체보다 월등한 실적을 올려 두각을 나타낸 기업들이다. 과거 노키아ㆍ델 등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1위에 올라섰듯 위기를 계기로 산업지도는 크게 뒤바뀌고 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시장지배력을 한층 강화해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중국의 급부상, 기축통화를 둘러싼 논쟁 등에서 볼 수 있듯 세계경제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선진국 위주의 G7 체제는 어느새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이 포함된 G20로 바뀌었다. 위기는 글로벌 차원에서 전개됐지만 몇몇 국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포착하고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 중국은 2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자원확보 및 글로벌 기업인수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월가 진출, 곡물확보, 에너지 개발 등 전방위에 걸쳐 공격적인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순위변동은 격변기에 이뤄진다. 우리도 이번 글로벌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평판이 높지만 다시 한번 분발해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ㆍ일본은 자국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우리도 외화유동성 문제가 개선된다는 전제하에 그간 필요했던 자원확보 및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규모에 비해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을 개선해 외부 충격에 더욱 강해질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 육성 및 아시아 역내교역 강화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외부 금융충격에 취약한 국내 금융 시스템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육성 및 환투기 감시 시스템도 항시 가동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간 미뤄왔던 체질개선도 과감히 이뤄져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외환위기를 겪은 기업들의 노하우와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 덕에 대량 부도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경기가 회복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정부도 일방적인 지원보다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상시적인 기업 구조조정 체제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부실기업을 털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기외채, 가계ㆍ기업 부채 문제 등 불안요인 관리를 비롯해 양극화, 고용불안, 투자부진, 재정건전성 관리 등 중장기 위험요인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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