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들의 핵심인재 영입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법무법인 광장은 내년 초 졸업예정인 사법연수생(38기) 수ㆍ차석 졸업생 영입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총동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수석’을 영입하라= 사법연수원 38기생은 내년 초 졸업예정이지만, 벌써부터 국내 로펌들의 영입경쟁이 치열하다. 첫 포문은 법무법인 광장이 열었다. 연수원 수석ㆍ차석 졸업생의 경우 해마다 국내 1위의 김앤장이 독식해 왔지만 광장은 이번에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다분하다는 게 연수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광장은 수ㆍ차석 영입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파트너 변호사는 맨투맨식으로 접근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연수원 내에서는 ‘수석과 차석이 광장으로 가기로 확정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연수원의 한 관계자는 “광장에서 수석과 차석 졸업생에 대한 영입을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연수원 수석=김앤장행(行)’이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광장이 이번에 수석과 차석을 싹쓸이 영입할 경우 파란이 예상된다. 특히 광장은 김앤장과의 인재 영입 첫 단계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외적인 이미지에 긍정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광장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며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쟁로펌 인재 빼오기도= 경쟁로펌의 인재를 빼오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A로펌의 경우 10여명의 노동팀이 한꺼번에 타 로펌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지금까지 곤혹을 치르고 있다. B로펌의 경우도 도산팀이 최근 1~2년새 대부분 빠져나가 새로운 도산팀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이 때문에 로펌들은 인재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파트너 변호사 승진 시기를 앞당기거나, 일정 연차 이후 보내는 해외연수 기회도 조기에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 로펌은 업계 최고 대우를 내걸고 변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연말 대대적인 송년회 모임 개최로 내부 결속력을 다지거나, 각종 소모임을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소속 변호사들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어 로펌들은 인재를 잡아두기 위한 묘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로펌은 대표 변호사나 파트너 변호사들이 직접 삼고초려해 인재를 영입, 인간적인 유대관계에 호소하는 전략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ㆍ검찰도 비상 인재확보에 로펌만 비상이 걸린 건 아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우수인재들이 몰려 특별한 리쿠르팅을 하지 않았던 법원과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이 내년 3월 말 제대 예정인 사법연수원 35기 군 법무관 94명을 상대로 최근 지원분야를 조사한 결과 36명이 김앤장 등 대형 로펌으로 가기로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5기 법무관 중 성적 상위권 8명이 로펌행을 선택, 법원과 검찰의 인재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에 따라 법원과 검찰은 사법연수생들을 상대로 특단의 리쿠르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예산을 추가 확보해 해외연수 확대 등 기존 내부인재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고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대형 로펌들은 인재를 골라서 영입하는 배부른 형편이지만, 중소 로펌은 경기불황 여파 등으로 채용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0위권 이하의 일부 로펌들은 채용계획까지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우선적으로 중소형 로펌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특히 최근 주가하락과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금융이나 부동산 등 특정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부티크 로펌들이 수임건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인력확충을 동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 로펌의 한 관계자는 “상위 로펌들이 연봉 등 대우면에서 파격조건을 제시하면서 우수 인재를 뽑아가는 바람에, 중위 로펌들은 우수인재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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