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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무한도 증액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며 달러화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으며 엉뚱한 불똥을 맞은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본격적인 시장개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스위스 프랑화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7일에는 아시아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6일(현지시간) 77.43을 기록하며 7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달러당 77.83엔까지 떨어지며 일본 도후쿠 대지진이 발생했던 지난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화 대비로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클레이스캐피탈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평화롭게 종결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개장한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가치 하락세는 이어졌다. 달러화는 호주 달러화 대비로는 사상 최저치, 말레이시아 링깃화 대비로는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한국 원화, 태국 밧화, 필리핀 페소화 등에 대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가치 역시 달러화 대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이날 6.4426위안으로 고시됐다. 특히 달러화 약세 속에 외한시장에서 집중적인 매수 대상이 되고 있는 엔화는 이날도 가치가 상승해 요시히코 노다 재무장관이 또다시 "엔화의 일방적 가치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개입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엔화 강세로 인해 지진으로 침체된 일본 경제를 일으킬 수출업체들은 "선진7개국(G7)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라가와 마사아키 일본 중앙은행 총재 역시 지난 25일 엔화 강세가 일본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자국 통화 방어 차원에서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세자르 푸리시마 필리핀 재무장관은 "미국의 채무한도증액 협상 실패는 '달러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상실'을 야기할 수 있다"며 "또한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푸리시마 장관은 "워싱턴의 문제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혼란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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