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화를 내나?"(서봉수 9단) 야마시타가 흑69로 맞받아치자 서 9단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하는 말이었다. "별로 잘하는 짓 같지가 않은걸. 윗쪽에 흑의 미생마가 떠있는 마당이니 난투를 벌일 필요가 없잖아."(유건재 7단) 흑69는 역시 과수였다. 여기서는 못이기는 척하며 참고도1의 흑1로 참아둘 자리였다. 백이 4로 뻗을 때 흑5로 끊어 중앙의 미생마를 안정시키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다. 야마시타는 이곳의 싸움을 백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예측했던 모양이지만 이세돌은 특유의 강수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백64로 몰고올라간 이 수가 이세돌의 강수였다. 백70으로 잇는 수가 미생마인 흑에게 선수로 작용한다는 점이 포인트. 흑71의 보강은 절대인데 여기서 백72로 한번 더 회돌이친 수순이 위력적이다. 아직도 윗쪽 흑대마에 신경이 쓰이므로 흑73으로 후퇴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검토실은 이세돌의 과감한 작전에 연신 감탄을 하는 분위기였다. "확실히 이세돌의 착상은 상식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야마시타는 백64를 예측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최규병 9단) 아마도 야마시타는 백64로 참고도2의 백1, 3을 상상했던 듯하다. 그는 흑10으로 엄습하는 것이 흑의 권리가 된다고 믿었던 모양이지만 이세돌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상대의 주문을 쓱쓱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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