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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골프 세계랭킹 28위 폰아농 펫람(26·태국)의 셔츠는 각종 로고로 빼곡하다. 아시아 최대 설탕제조기업 미트폴, 태국의 '국민맥주' 싱하, 국영 석유화학기업 PTT 등이 펫람을 후원한다. 한국의 골프공 제조사 볼빅도 펫람의 스폰서 중 하나다.
태국여자골프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남자골프는 유럽 투어 통산 6승을 자랑하는 통차이 자이디로 인해 이미 유명했지만 여자골프는 아시아의 변방이었다. 한국·일본·대만·중국의 강세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태국여자골프는 무시할 수 없는 신흥강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폰아농과 '자매선수' 모리야-에리야 쭈타누깐 등 여섯 명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고 이 중 에리야는 현재 신인왕 포인트 1위다. 아직 태국선수 우승은 없지만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6일부터 태국 촌부리에서 열리고 있는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 출전한 태국 선수는 초청선수 다섯 명을 포함해 일곱 명에 이른다.
태국여자골프의 급성장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확인됐다.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인천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따낸 붓사바콤 수카판도 이번 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했다. 리디아 고와 같은 열여덟 살인 수카판은 다음 대회에서 공식 프로 데뷔한다. 수카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태국의 모든 신문이 1면에 기사를 실었다. 정부 차원의 포상금도 물론 있었는데 액수는 밝힐 수 없다"며 웃었다.
태국은 모리야 쭈타누깐이 지난 2013년 LPGA 투어 신인왕에 오르는 등 가능성이 보이자 여자골프에 아낌없는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회 수를 대폭 늘린 게 대표적이다. 여자 투어 2개가 별도로 운영되는데 이 때문에 1년에 20개 이상 대회가 열린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준이 올라가고 스타가 끊임없이 탄생한다. 스타 선수들은 헌신적인 팬서비스로 여자골프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혼다 타일랜드에 출전한 태국선수들은 예민하기 마련인 대회 전날에도 자국 유망주 대상 행사에 모두 참가했다. 장시간 이어진 기념촬영과 사인 요청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 때문인지 펫람은 팬클럽 회원이 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회 관계자는 "이제는 태국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로 골프를 꼽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태국 골프장 수는 250여개(한국은 500개)이며 매년 새 골프장이 개장하고 있다.
변진형 LPGA 투어 아시아 지사장은 26일 "태국은 더 이상 세계골프의 변방이 아니다. 오는 2016년 인터내셔널 크라운(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 우승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며 "LPGA 투어와의 사업에 가장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는 국가도 태국"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정부가 나서 LPGA 투어와 연계한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 또 다른 LPGA 투어 대회 개최 등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변 지사장은 "한국이 개최권을 따낸 2018년 인터내셔널 크라운도 애초 태국이 개최하기 위해 굉장히 큰 제안을 해왔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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