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금융지주 민영화와 농협 사업구조개편(신용ㆍ경제 분리)을 패키지로 추진해온 정부 계획이 지난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최종 좌절됐다.
하지만 국회는 예산안 부대의견에 앞으로 산은지주 주식의 농협 출자 가능성을 남겨 산은지주의 민영화 여부는 오는 2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의 선택에 맡겨지게 됐다. 산은지주 주식의 농협 자를 위해서는 국회의 '산은 외화채권 보증동의안' 처리가 필요하고 이는 산은 민영화의 전제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에 두 사안은 사실상 같은 것으로 여겨져왔다.
1일 국회가 처리한 예산안에 따르면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정부의 자본금 지원 방식이 '4조원에대한 이자 보전+현물출자 1조원'에서 '5조원에 대한 이자 보전'으로 수정됐다. 현물출자 1조원이 삭제된 대신 이자 보전 대상금액이 1조원 증액된 것이다. 이자 보전이란 농협이 채권시장에서 농금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이에 대한 이자를 정부가 대신 내주는 것이다. 이자 보전 지원이 1조원 늘어나면서 농협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도 340억원가량 증액(농금채 발행금리 3.4% 가정)됐다.
당초 정부는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위해 총 5조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4조원은 이자 보전 방식으로 지원하고 1조원은 산은지주 주식과 한국도로공사 주식을 5,000억원씩 농협에 출자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올해 예산안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출자 대상 주식에 산은지주 주식이 포함되면서 정부의 계획이 꼬였다. 정부가 산은지주 주식을 농협에 넘기려면 산은이 발행한 외화채권에 대한 국회의 보증동의가 필요한데 산은 민영화에 반대해온 민주통합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농협 출자를 이유로 보증동의안을 처리해줄 경우 정부가 산은 민영화의 전 단계로 추진해온 산은 기업공개(IPO)의 법적 장애물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게 민주당의 반대 이유였다.
산은 외화채권 보증동의는 산은 IPO를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산은지주 주식의 농협 출자를 핑계로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산은지주 민영화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산은지주 주식의 농협 현물출자 계획은 무산됐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예산안 부대의견에 "향후 농협에 대한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출자액에 해당하는 이자 보전 지원을 중단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결국 산은지주 민영화를 다시 추진할 경우 산은지주 주식을 농협에 출자해 이자 보전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회 관계자는 "산은지주 민영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조항"이라며 "산은지주 민영화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산은지주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산은지주 민영화는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및 정책금융기관 재편과 맞물려 있어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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