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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해양경찰을 이렇게 해체할 수는 없다


무능한 해경, 엄중문책은 당연하나 해체는 고비용과 경쟁력 약화 초래

국민 불만 무마용 초강수 대책으론 구조적 문제 못풀어…포퓰리즘 불과

사회적 합의 위한 공론화 과정 필요… 중·일은 해경 강화, 한국만 처질라


박근혜 대통령이 해양경찰 해체를 선언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해경의 무능과 느슨한 기강으로는 안전사고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리라. 지금 상태의 해경에게 해상 안전을 맡길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타당하다. 국민들의 해경에 대한 불신은 분노로 변하고 있다. 해경 해체 소식에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해양경찰을 이렇게 해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방식이 좋지 않다.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조차 삼심제를 거치는데 하물며 61년 동안 유지된 정부조직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해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해체 일정을 6월 말로 잡았다. 전제군주 체제 아래서나 가능한 일이다. 정부 계획이 실행된다고 치자. 국제적인 망신거리다. '토론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해양경찰을 없애는 나라'라는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자포자기하는 해경의 꼴도 우습다. 대통령의 해체 발언이 나오자마자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던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의 발언은 맹목적 충성과 눈치 보기만 있고 조직과 업무에 대한 자부심·의무감은 없는 해경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무능한 조직이라도 해체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조직이란 언제나 최상을 요구받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해가며 수정 발전한 결과물이 정부 조직체다. 창설 61년 역사 속에서 해경이 스스로 권력화하고 육지 경찰(육경)과 업무 영역을 다투며 방만하게 운영되고 조직으로 변질됐다면 그 구조를 고치는 게 우선이다. 작전에 실패했다고 군대를 없앨 수 있는가. 해경도 마찬가지다.



해경의 경비함정 한 척은 수많은 정부부처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바다에서의 경찰청·소방방재청·관세청·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어선 지도)·국방 업무 보조·독도 및 이어도의 감시와 수호, 중국 어선의 불법 조어 감시 및 적발, 나포를 망라하는 게 해경 경비함이다. 평소에 해군 함정이 10척 바다에 떠 있다면 해경 경비함은 그 10배에 이른다. 업무가 그만큼 많다. 해경이 해체되면 업무를 각 정부 부처가 직접 담당해야 하는데 비용과 인력이 더 들어간다.

해경 해체는 국제적 추세와도 상반된다. 중국은 지난해 3월 공안부 소속의 해감총대와 농업부 소관인 어정국을 합치는 등 12개 관련 조직을 국가해양국으로 통폐합하고 장비를 대폭 보강했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하는 일본 역시 해안보안청 순시선의 대형화와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러시아·일본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한반도 해역에서 해경의 해체 내지는 축소는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해경의 수사권이 육경으로 넘어간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불법 어획을 자행하는 중국 어선의 나포가 어려워진다.

정부는 해경이 해체돼도 국가안전처 산하에 남아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비용만 들어가게 생겼다. 국가안전처 인원의 90%를 해경에서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조직 개편의 허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옷만 바꿔 입힐 요량이라면 예산 들여가며 구태여 조직을 흔들고 신설할 필요가 없다. 해경 수뇌부와 구조업무에 실패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부패구조를 손보면 될 일을 해체라는 충격 요법을 택한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충격 요법은 헌법보다 위에 있다는 '국민정서법(떼법)'에 떠밀리는 꼴이다. 문제의 근원을 없애버리는 것 같지만 실체는 충격적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해경이 이적단체인가. 시간에 쫓기지 않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대한 사안일수록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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