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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도 굴복시킨 아베노믹스… 오바마, 제재 칼 빼드나

■ 일본도 무제한 양적완화<br>기금매입 반복 실효없고 깜짝대안 찾기 쉽지않아 침체골 되레 깊어질수도<br>통화당국 독립성 훼손 시장 신뢰 상실도 毒


아베 신조 총리가 자신의 경제정책, 일명 '아베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해 결국 일본 중앙은행을 굴복시켰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통화당국인 일본은행에 가로막힐 염려 없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제한 돈 풀기를 실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올 상반기까지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95엔까지 오를(엔화가치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제회생을 위해 아베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무제한 금융완화는 자칫 일본 경제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정권의 디플레이션 극복 전략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우선 문제시되는 것은 일본은행이 추진하게 될 금융완화 방법이다. 지금까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는 사실상 자산매입기금을 늘리는 방식에 국한돼왔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 시절처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5조~10조엔의 기금 확충을 발표하는 기존 방안을 기계적으로 내놓는다면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지난해 초 55조엔이던 자산매입기금 규모는 현재 101조엔까지 늘어났지만 일본 경제는 이렇다 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내각부 부대신은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완화 정책 방안은 일본은행이 일임하는 사안"이라면서도 "매월 기금을 증액한다면 시장이 예상할 수 있게 되므로 차원이 다른 대담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내놓을 수 있는 '깜짝' 대안으로 초과지급준비금금리를 0.1%에서 0%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돈을 굴릴 곳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더 떨어지면 일본은행이 돈을 풀려고 해도 금융기관들이 자금조달을 거부해 오히려 추가 양적완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2% 물가 목표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완화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지도 관건이다. 공동문서에는 목표달성 기한을 따로 두지 않았지만 정부는 "5~10년의 장기화는 곤란하다"며 '중기'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무토 도시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은 "2014회계연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플러스로 진입하겠지만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는 201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아베노믹스가 차질 없이 추진되기 위해 앞으로 2~3년 동안은 지속적인 금융완화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미 일본은행이 최근 수년간 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상당 규모의 완화정책을 펴온 상황에서 보다 강도 높은 돈 풀기를 2~3년간 지속한다면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맞붙는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각국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만과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번 공동문서 합의로 일본은행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공동문서는 일본은행이 총리의 물가목표를 수용한 것은 물론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추진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기로 하는 등 아베 총리의 요구를 전면 수용했음을 보여줘 정치로부터 독립적으로 금융시장을 관리해야 하는 통화당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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