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로버트 먼델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한·중·일 통화바스켓 구축해 달러 연계를"홍콩·파나마등 고정환율제 성공사례 눈돌려야위안화 절상, 세계경제엔 득보다 실이 더 많아 최원정 기자 abc@sed.co.kr ‘유로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먼델 교수는 “한국ㆍ중국ㆍ일본의 3국 공통통화권 구축이 아시아는 물론 한국 경제 안정에도 중요하다”고 지적, “이를 최우선 경제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경제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득보다 실이 많다”며 미국과 유럽 정부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연세대학교가 주최하는 ‘연세 노벨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먼델 교수는 12일 연세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시아 통화권 창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유럽과 달리 아시아 각국은 정치ㆍ경제적 여건에 차이가 커 아시아 지역 단일 통화권 창설에 어려움이 많다. ▦현재 상황을 고려해볼 때 단기간에 아시아 지역에 단일 통화권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일 통화권을 출범시키기까지 최대 50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또 한ㆍ중ㆍ일 3국의 협력 관계도 공통통화를 창설할 정도로 활발하지 않고 중국의 법제 시스템이 미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엔화와 위안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작은 나라일수록 환율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를 바스켓 형태로 묶어 달러에 연계시키는 방법이다. 특히 각국이 자국 통화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3국 통화를 바스켓으로 묶어 달러에 연계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으면서 환율 안정성이라는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우선 중국, 일본과 정치 및 경제분야의 협력을 지금보다 훨씬 확대해나가야 한다. 또 환율 체제의 변화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키고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유연한 환율시스템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ㆍ중ㆍ일 3국이 바스켓 통화를 구축하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은 세계의 통화당국처럼 행동하고 있고, 세계 각국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오히려 고정환율제를 통해 혜택을 본 국가들의 사례에 눈을 돌려야 한다. 홍콩의 경우 페그제를 채택해 경제 안정성을 확보했다. 홍콩의 부동산 시장도 페그제를 채택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흔들림없이 금융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파나마도 독립국가가 된 1904년 이래 미국 달러에 연동된 고정환율제를 채택했다. 고정환율제는 기준통화국의 통화가 안정돼 있다면, 기준 통화에 고정된 다른 통화도 안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원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달러당 960원대가 깨진 상황이다. 현재 원ㆍ달러 환율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정부는 현재 인플레이션 목표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목표 정책은 원화가치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원화가치가 상승한 측면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목표를 맞추기 위한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의 고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원화가치가 고평가된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적정한 원ㆍ달러 환율은 얼마인가. ▦정확하게 얼마가 적정 환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현재 엔화나 위안화 가치는 원화보다 낮은 상황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후 달러 대비 환율이 1,800원선을 넘었다가 지금은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변동성이 너무 크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도 환율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주지만 자국 통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될 경우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 원화를 엔화ㆍ위안화와 바스켓을 구성해 달러에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경제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는 변동환율제를 유지하기 어렵다. 경제대국의 통화와 맞출 때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고정환율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인가. ▦세계 경제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다시 필요할 지 모른다. 지난 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 일부에서는 환율 시스템의 유연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환율 불안정성 때문에 외환위기가 온 것이다. 지난 95~98년 일본 엔화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달러당 78엔에서 148엔으로 급격하게 변했다. 이는 결국 일본 투자자들의 목을 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의 투자 규모를 줄였다. 엔화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동남아 시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환율 불안정성이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를 절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자국 통화의 변화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외국인 직접 투자가 급감하게 된다. 특히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달러화 기준으로 임금이 상향 압박을 받게 돼 실질 임금이 높아진다. 고용시장이 위축되며 실업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에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대외적인 압력이 만만치 않다. ▦대외 압력은 오래된 이야기 아닌가.(웃음) 미국이 4년간 압력을 가해왔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작년에 변동폭을 0.3%로 확대했지만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유도하지는 못했고, 앞으로도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중국 경제가 과열됐다며 내부에서도 위안화 절상이 마지막 도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은행권의 주장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야 그에 따른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은행이다. 중국의 환율 시스템 하에서는 환율을 이용한 투자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는 중국의 환율 시스템이 더 유연해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위안화 절상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다.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 경제의 침체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겠는가. ▦위안화가 절상되면 단기적으로 한국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호시절은 수개월에서 길어야 몇 년 내에 끝난다. 한국의 제조업체들은 마지막 공정 작업을 중국에서 하고 있다. 결국 위안화 절상은 한국 기업들의 대 중국 수출규모를 축소시킬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통화정책 연구 공적 99년 노벨상 수상…유럽통화 근거 제시 '유로화의 아버지' 로버트 먼델 교수는 다양한 환율체제에서의 통화재정정책을 연구한 공적 등으로 지난 9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특히 유로화 탄생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유로화의 아버지(The father of Euro)'로 불린다. 먼델 교수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성과로 꼽히는 것이 '먼델-플레밍 모델'이다. 이는 변동환율제에서는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이론으로 그의 연구는 현대 개방 거시경제학의 토대가 됐다. 특히 그의 '최적 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s) 이론'은 유럽의 통화통합의 이론적 출발점이 됐다. 최적 통화지역은 각국이 '공통 통화(common currency)'를 사용했을 때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지칭한다. 그는 성공적인 공통통화 체제가 마련되면 인플레이션이나 실업 등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발전해 발표한 '유럽연합(EU) 단일통화 분석'이라는 논문은 유럽의 경제 및 통화 통합에 이론적 근거가 됐고 먼델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겨줬다. 그는 이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정부, 캐나다 정부, 중남미 등에서 경제자문도 지냈다. 그는 고정환율제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석학으로 IMF의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먼델 교수는 또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잘못된 통화정책에서 찾고, 아시아권에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고 공통통화의 필요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약력 ▦1932년 캐나다 출생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및 영국 런던정경대(LSE) 졸업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부 근무 △▦'폴리티컬 이코노미' 편집장 ▦미국 시카고대 교수 ▦뉴욕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현) ▦'안정화정책 이론' 개발 ▦'최적 통화지역 이론' 개발 ▦'EU 단일통화 분석' 논문 발표 ▦199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입력시간 : 2006/09/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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