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낮은 자세, 국민의 뜻….'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다. 요약하면 새 지도부를 뽑는 경선을 최대한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게 치르겠다는 의미다. 떠들썩하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합동 연설회를 가졌던 지난해 7ㆍ4 전당대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출마 선언을 한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새롭게 출범할 당 지도부는 대선 전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관리형 지도부'에 그칠 것이라지만 실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다. 대선공간에서 당내 대선주자들끼리의 갈등을 최소화시켜 나중에 결정되는 최종 후보에게 지지가 결집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당대회와 별도로 뽑히게 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대선 시기 이슈가 될 각종 민생 현안과 정책이슈를 점검하고 19대 국회의 초반부를 이끌어야 한다.
이런 임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조용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차기 지도부 내정설'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전당대회는 요식행위일 뿐이고 실은 친박근혜계에 의해 지도부가 이미 내정됐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충청 지역을 방문하면서 "뭐가 어떻게 짜여 있느니 있지도 않은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당을 흐리게 만들고 국민들이 '또 저 짓을 하느냐'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은 당을 해치는 일이다"라며 내정설을 일축했다.
물론 전당대회를 하기도 전에 내정된 지도부가 있다는 것은 거짓일 수도 있다. '총선 후, 대선 전'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제왕적 권력으로 누군가를 미리 지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상황을 살피면서 출마 의지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가 하면 내정설이 나오자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하는 등 모두 '박심(朴心)'을 살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태여 지도부를 내정하지 않더라도 '박심'을 거스르지 않는 구조가 이미 만들어진 셈이다. 오직 '박심의, 박심에 의한, 박심을 위한'현재 당의 모습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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