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투표가 종료된 4일 오후7시(현지시간) 공화당의 저녁파티가 열린 콜로라도 덴버의 하이야트덴버테크센터에 미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개표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이미 승부의 추가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개표 시작과 동시에 이 지역의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 후보는 현역인 마크 유달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쳐 나갔고 당초 근소한 열세가 점쳐졌던 밥 보프레 공화당 주지사 후보조차 민주당 소속의 현역 주지사를 1%포인트 안팎(개표율 75% 기준)의 격차로 앞서 나가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이 같은 결과를 "모든 건 오바마 때문"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했다.
예상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의 악령을 피해가지 못했다. 일찌감치 예견돼왔던 공화당의 상·하원 동시 장악이 현실화되면서 임기 2년이 남은 오바마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12시 현재 중간 개표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은 상원 경합주 13곳(민주당 소속 10곳, 공화당 소속 3곳) 가운데 켄터키·캔자스·조지아 등 기존 텃밭을 지킨 것은 물론 콜로라도를 비롯해 아칸소·웨스트버지니아·몬태나·사우스다코다 등 민주당 지역에서 의석을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 CNN방송은 등은 전체 100석(현 민주 55석, 공화 45석) 가운데 보궐선거를 포함해 36곳에서 새로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최소 52석 이상을 확보, 과반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최소 226석(과반은 218석)을 얻어 다수당의 지위를 이어가게 됐다. 총 36명을 새로 뽑는 주지사 선거에서도 현재 24곳에서 공화당 후보가 앞서나가고 있다.
워싱턴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미 상원 및 하원 선거에서 현역의 재선 당선율은 각각 79~96%, 85~98%에 달한다.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4년 임기의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실시되는 중간선거 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집권여당은 중간선거 기간 평균 27석의 하원, 4석의 상원을 잃었다. 이번 선거 역시 이 같은 통계를 비켜나가지 못했다.
이번 선거를 지배한 건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失政) 논란이었다. 백악관조차 "유권자 대다수는 선거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함에 있어 그들의 후보를 기초로 하지 대통령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오바마와 중간선거에 대한 선 긋기에 나섰지만 미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오바마에게 분명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한 꺼풀 더 벗겨내보면 결과는 오바마에게 훨씬 더 충격적이다. 4%대의 경제성장률 등을 기반으로 집권 6년 동안의 가장 뚜렷한 업적으로 내세웠던 경제 분야에 대한 국민 불만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AP통신과 미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사전 출구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미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해 외교 등 다른 부문에서의 부정적 응답을 압도했다.
경제 분야 뒤를 이어 오바마케어(건강개혁법안) 논란이 오바마의 대표적 정책 실패로 꼽혔고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에 대한 미온적 대처 △에볼라의 초기 대응 실패 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공화당이 상원에서 절대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바마의 정책 추진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프리 라이언스 덴버대 정치학 박사는 기자와 만나 "공화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막을 정도의 점유율인 60% 이상을 상원에서 확보하진 못한 만큼 오바마가 정책 집행에서 심각함을 느낄 만큼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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