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사한 후 신흥국 자금이탈이 당초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14개 신흥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보유율이 평균 0.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특히 당시 급격한 통화가치 추락으로 금융불안이 극심했던 신흥국에서조차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해당 기간 브라질 채권펀드의 외국인 보유율은 15%에서 17%로 오히려 늘었고 터키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0.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채권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다. 지난해 8~11월 신흥국 주식펀드 전체에서는 150억달러가 유출됐지만 같은 기간 주요 신흥국 8곳에서는 230억달러가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비드 하우너 BoAML 전략가는 "(테이퍼링 착수 언급기간에) 많은 '큰손'들은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를 살폈다"며 "'테이퍼링은 펀더멘탈과 무관하다'는 판단도 견고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세계은행은 주요 선진국들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최대 80%까지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팀 애시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2012~2013년 3·4분기까지 터키로 순유입된 자금규모가 러시아·폴란드·헝가리 등 유럽 신흥국 전체를 합친 금액보다 많다"며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터키는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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