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를 어떻게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만들까. 대체 교통수단이나 레저용을 넘어 자전거를 통해 보다 느리고 여유 있는 서울살이로의 가치관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는 없을까.
13일 오전 서울시청 7층 기획상황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교통전문가, 자전거 동호회원, 택시회사 대표,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모였다. 자전거 정책을 숙의하기 위해서다.
'숙의(熟議)'는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한다는 뜻으로 서울시가 매주 금요일 핵심 시정에 대해 책임자∙전문가와 깊이 있는 토론을 하는 자리다.
이날 참석자들은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인프라 구축은 물론 도로체계 개편, 시민교육 강화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다양한 주장과 아이디어를 폈다.
한 시민 활동가는 자전거를 잘 타는 동호 회원들이 아닌 서툴고 천천히 타는 약자들의 입장에서 자전거 도로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시회사 대표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장치를 단 '자전거 전용 콜택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주제 발제를 한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자전거 녹색교통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은 2.2% 정도인데 사망자 수 비중은 5.5%로 매우 위험한 환경"이라며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보하고 차량의 통행 속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관보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자전거 이용자 입장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커서 운전을 할 때도 자전거를 탄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며 안전에 대한 교육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한강대교 북단에서 광화문광장까지 6.5㎞에 이르는 구간을 주말 가변 자전거 도로로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준병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우회전을 하는 차량과 충돌 위험성, 숭례문 인근 병목 구간에서의 안전 확보 등에 대해 더 살펴본 뒤 운영 여부를 확정 짓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도로망이 다 갖춰진 데다 복잡하기도 해 자전거 도로가 가능할까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여러 대안들을 들어보니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자전거 문화를 중심으로 도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개국한 소셜생방송 '라이브 서울'을 통해 이날 회의 전 과정을 첫 생중계했다. 그러나 숙의가 예정 시간(오전11시30분)을 넘기자 생중계를 끊고 예정된 녹화방송을 전송하는 등 미숙을 드러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