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모터스'는 유능한 사업가 오스카(드니 라방 분)가 고급 리무진 '홀리 모터스'에 올라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파리 곳곳을 누비며 아홉 가지의 다른 삶을 사는 이야기다.
레오 카락스는 영화를 만들 때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며 작업을 해왔고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첫 번째는 영화를 상영 중인 영화관 안에 앉아 있는 관객들의 모습이고 두 번째는 아주 긴 리무진의 이미지예요. 리무진은 오래되고 버려진 어른들의 장난감 같은 이미지이자 아주 현대적이고 겉으로 보이긴 하지만 내부는 보이지 않는 이미지죠. 이것은 컴퓨터나 아바타와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리무진을 대여하지, 소유하진 않죠. 리무진을 타고 일종의 아바타 놀이를 하는 거죠. 어찌 보면 공상과학 영화와 연결해줄 수 있는 차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지난 13년간의 공백에 대해 "영화를 찍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전했다. "워낙 많은 영화가 나오니까 사람들은 영화 찍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별로 안 하지만, 일단 찍어보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어요. '퐁네프의 연인들'과 '폴라X'를 찍을 때도 어려움이 있었죠. 나는 비슷한 영화를 찍고 싶지 않고 계속 삶의 다른 면모, 나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은 스물두 살의 나이에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로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며 화려하게 데뷔 한 뒤 '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폴라X'(1999)로 세계 영화팬들을 열광시켰으나 지난 13년 동안 장편 신작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홀리 모터스'는 그가 바로 1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012 올해의 최고 영화'로 꼽히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중 개봉 예정이다.
그는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한국 감독이나 한국영화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사실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때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 본격적인 영화인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는 별로 안 봤습니다. 한국영화를 포함해 프랑스영화도 잘 안 봅니다." /정승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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