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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오너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계획을 발표하며 "선주 운영과정에서의 재산은닉ㆍ탈세ㆍ로비ㆍ횡령ㆍ배임 등을 전반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 앞서 구체적인 혐의를 밝히는 것은 수사당국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전국민적인 통분을 사고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유 전 회장에 대한 의혹이 많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증언들이 속속 쏟아지고 있다.
우선 상당한 재산가로 꼽히는 유 전 회장과 일가(一家)의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의혹이다. 유 전 회장 일가가 갖고 있는 국내 30여개 계열사의 자산가치는 5,600억여원에 달하지만 이 중 부채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유씨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 가치는 2,4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전 회장 일가족은 국세청이나 감사보고서상에 신고한 재산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미국 등 해외에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측근인 한 관계자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유 전 회장은 해외에 굉장히 자산이 많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변가의 농장, 로스앤젤레스에 하일랜드 호텔,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도 땅이 많고 뉴욕에는 차남인 유혁기 명의의 농장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재산 형성과정에서 상당한 부분을 신고하지 않고 숨기거나 역외탈세 등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회장 관계자는 "부도 직전에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유씨 일가에 부당이득을 안겨주기 위한 수상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최대주주(지분 39.4% 보유)인 천해지 측이 유씨 일가와 관련이 있는 법인을 지난해 분할·합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는 대신 100억원대에 달하는 사진작품 등의 상품자산을 이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얼굴 없는 억만장자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 등이 여기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여 청해진해운과 천해지가 경영악화 속에 오너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래에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유 전 회장의 이런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당국과 세정당국은 검찰수사와는 별도로 유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등을 상대로 외국환 거래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가 해외에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외환거래도 상당히 잦았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내부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가 미국 뉴욕과 LA 인근에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고급아파트 등 부동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해외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사전신고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청해진해운 역시 해운사의 특성상 외환거래가 많은 만큼 불법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외국환거래법은 자본거래를 할 경우 거래 목적과 내용을 외국환 거래은행에 미리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 관련 외국환거래 일정 기간 정지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또 사안이 중대하면 검찰·국세청에 통보해 형사처벌과 세금추징을 할 수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도 유 전 회장 일가의 역외탈세 여부에 대해 사실상 조사에 착수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해외 재산 축적과정의 불법 여부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국세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해 확인은 해줄 수는 없다"며 "(탈세가 의심되면) 당연히 조사할 수밖에 없으며 검찰 등의 협조 요청이 오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 외환거래 조사 주무관청인 관세청도 관계 기관에서 청해진해운의 수출입 실적 등의 정보제공을 요청하면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이 한 관계자는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고 대통령도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지시한 사안"이라며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의) 수출입 거래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1987년 '오대양 사건'의 배후로 꼽혔던 인물이다. 이 사건은 이단종교인 구원파 신도 32명이 집단자살한 사건인데 유 전 회장은 한때 구원파의 목사로 활동했으며 한 교주로부터 거액의 사채를 받아쓴 혐의도 받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사채를 받아쓴 혐의만 인정돼 징역 4년에 처해졌다. 이 사건의 여파로 1997년 세모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유 전 회장은 세간의 관심 밖에 사라졌으나 이번 세월호 참사로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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