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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산책] 손응성 '고서'

캔버스에 유채, 53X65㎝, 1950년대

서양화가 손응성(1916∼1979)은 여러 차례 수상하고 추천작가로 뽑혔으나 타계할 때까지 한번도 개인전을 갖지 못한 '비운의 화백'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사실주의를 지향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극도의 사실주의를 구사해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했다. 그는 주변에 있는 평범한 모티브와 향토적인 정서가 녹아 있는 항아리ㆍ고가구ㆍ굴비ㆍ석류 등 정물과 창덕궁 후원과 같은 적요한 고궁의 풍경 등에 천착했다.

'고서'는 향토적 정서와 극사실적인 기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손응성의 대표작이다. 펼쳐진 고서는 글씨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맞은편 페이지 위에 서양그림이 들어간 엽서가 놓여 있는 구성이다. 옛 서책에 서양의 은밀한 내용의 풍속화가 담긴 엽서가 같이 놓인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하는 설정. 이질적인 두 개의 사물들이 한자리에 놓이는 의외성은 단숨에 기이한 시각적 긴장을 유도해낸다. 일상의 지루함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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