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위의 경제대국 스페인 경제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올 들어 처음으로 6%를 돌파했고,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역대 최고로 치솟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스페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에 비해 0.084%포인트 오른 6.044%로 마감해 지난해 12월 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 국채수익률이 6%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장기대출(LTRO)을 통해 역내 은행들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5년물 CDS 프리미엄도 510.83bp(1bp=0.01%)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스페인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스페인이 앞서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국채수익률이 7%대에 이르렀을 때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시장은 일단 오는 19일로 예정된 국채입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페인은 19일에 2년물ㆍ10년물 장기채 입찰을 앞두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입찰 결과가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뉴머트증권의 마크 오스트왈트 전략투자가는 "기본적으로 채권은 정부와 은행들에 대한 초과대출"이라며 "따라서 국채 입찰 결과는 은행 부문에 얼마나 큰 고통이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실시된 국채입찰에서는 당초 최대 목표치인 35억유로에 크게 못 미친 26억유로를 발행하는 데 그쳤으며, 발행 금리도 크게 올랐다.
한동안 잠잠했던 스페인의 재정위기 우려가 이처럼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데다 스페인 정부의 재정재건 노력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ㆍ4분기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전분기에 비해 -0.3% 성장하는 데 그쳐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스페인 정부는 올 1ㆍ4분기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면서 경기가 공식적으로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건전화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스페인 정부는 270억유로 규모의 예산을 절감하는 긴축안을 내놓으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지난해 8.5%에서 5.3%로 크게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스페인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비롯한 긴축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재정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불신감이 고조되자 스페인 정부는 재정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지방 자치 정부의 재정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재정문제를 야기한 원인으로 공공재정의 3분의 1을 집행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지목, 17개의 지방정부 중 최소 1~2곳의 재정권을 박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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