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아산정책연구원의 '팍스아메리카나 3.0' 보고서는 에너지·인구·대학을 미국 경제성장의 3대 동력으로 지목한다. 이 중 경쟁국이 가장 부러워하는 미국 자원은 인구일 것이다. 인구 3억의 미국은 선진국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다. 2위 일본의 인구는 1억2,000만명에 불과하다. 인구 규모만이 미국의 장점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의 이민자를 끌어들여 경제와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는 '늙지 않는 유일한 강대국'이다. 지난 2014년 미국의 평균 연령은 37.6세로 일본과 독일의 46.1세, 프랑스의 40.9세 등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개방적 문화가 '늙지 않는 강대국' 비결
미국 인구구조의 비법은 이민이다. 2007년 이후 미국은 연평균 100만명의 새로운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영국과 독일에 유입되는 이민자가 연평균 30만명에 그친 것을 고려할 때 미국은 경쟁국의 거의 3배 이상 되는 이민자를 수용한다.
미국은 다양한 인재를 이민을 통해 유치하고 있으며, 특히 고숙련 전문인력 분야에서 적극적인 유치전략을 피고 있다. 2010년 미국은 세계 전체의 전문인력 이민자 중 27%를 영입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유치 노력을 벌이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미국 점유율은 37%에 달했다. 미국은 H-1B 등 개방적인 전문직 비자제도를 통해 외국 유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 인재를 전문인력으로 충원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춤했던 신규 H-1B 발급자는 수는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10만명 수준에 머물렀던 신규 발급자 수는 2013년 15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민자는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이끌고 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2011년 현재 실리콘밸리의 외국인 비중은 전체 인력의 47%, 이공계 인력의 64%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의 외국인 의존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다. 미국 전체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7%, 이공계 분야에서는 26%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의 이민자 비율은 2008년 이후 증가 추세이며 이공계의 외국인 비율이 2008년 60%에서 2011년 64%로 늘었다.
미국과 달리 다른 선진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한국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으며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10년 기준 약 4,890만명에서 30년 후인 2040년에는 4,640만명으로 250만명가량 감소한다고 한다.
노동인구와 전문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선진국들은 이민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한국에서도 이민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국내 외국인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 21만명에 머물렀던 외국인이 2014년에는 170만명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OECD 출산율 꼴찌 한국 본받아야
미국 이민 경쟁력을 두고 많은 전문가가 교육·언어·경제기회 등 미국의 이민자 정주여건을 강조하지만 정주여건과 더불어 미국의 개방적 조직문화가 외국 인재 유치에 크게 기여한다. 미국이 불법이민을 둘러싼 사회갈등으로 적지 않은 사회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을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형적인 이민강국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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