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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봐도 실망하지 않을만한 여행지를 꼽으라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주와 설악산 정도다. 그중에서도 경주는 토함산을 빼놓으면 대부분 평탄한 지역에 유적지 관람 위주여서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해도 무리가 없다. 게다가 요즘 같은 간절기에 남부지방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경주가 제격이다. 산을 중심으로 한 국립공원은 눈은 녹고 나뭇가지는 앙상해 이렇다 할 경치를 감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쉬엄쉬엄 거닐며 박물관과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경주로 떠나보자.
경주를 방문했다면 첫째로 가볼 곳은 단연코 박물관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정문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종이 보인다. 신라 33대 성덕왕이 죽자 경덕왕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종을 만들기 시작했다. 구리 12만근(72t)으로 종을 만들려고 했는데 경덕왕 당대에 완성하지 못하자 그의 아들 혜공왕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종을 완성했으니 성덕대왕신종(국보 29호)이다. 완성된 종은 19t으로 원래는 성덕왕 원찰인 봉덕사에 있다가 영묘사, 경주읍성 남문 밖, 동부동 옛 국립박물관을 거쳐 75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박물관 정문을 나와 길을 건너면 월성이다. 경주 월성(사적 16호)은 신라 5대 파사왕 때 축성한 왕궁인데 지금은 소나무 숲과 잔디밭만 남았다. 월성은 초승달 모양 지형으로 남쪽에는 남천이 흐르고 동·서·북쪽에는 해자를 만들어 적의 침략에 대비했다. 해자로 쓰인 연못은 이제 다 메워지고 없지만 남천은 아직도 월성 남쪽으로 흐르고 있다. 아름다운 솔숲을 잠시 거닐면 조선 시대에 만든 석빙고를 만날 수 있다. 산책로는 바로 계림으로 이어진다. 계림에 있는 비는 순조 3년(1803)에 세워진 것으로 김알지 탄생에 관한 기록이 새겨졌다.
계림에서 선덕여왕 때 건립된 첨성대를 지나 대릉원으로 발길을 옮기면 대릉원이 나온다. 대릉원(사적 512호)은 경주시 황남동 일대에 있는 고분군이다. 황남대총과 천마총이 유명하며 천마총은 신라 22대 지증왕의 능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삼국사기 '지증왕 편'에 '덕업일신 망라사방'이라는 말이 있는데 덕업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의 신(新)과 그 뜻이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의 라(羅)가 합쳐져 국호 '신라'가 탄생한다. 대릉원은 일출지로도 유명하다. 일출은 주로 바다나 산꼭대기에서 보는데 고분 사이로 떠오르는 해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다. 월성과 대릉원 첨성대 등이 있는 경주 역사유적지구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원화로를 따라 남쪽으로 1.4㎞ 정도 가다 보면 선덕여왕릉(사적 182호)이 있다. 신라 27대 선덕여왕은 신라 최초의 여왕으로 첨성대를 만들고 분황사를 창건했다. 선덕여왕릉에서 약 1㎞ 거리에는 신라 26대 진평왕의 능이 있다. 대를 이어 왕을 지낸 아버지와 딸이 죽어서도 남촌 들녘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셈이다.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1.4㎞ 거리에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김유신 장군의 묘(사적 21호)도 빼놓을 수 없다. 그곳에서 약 3㎞ 거리에 김유신 장군과 처남 매부 사이였던 신라 29대 태종무열왕(김춘추)의 능이 있다. 경주 무열왕릉(사적 20호)은 신라의 능 가운데 주인이 정확하게 알려진 몇 안되는 고분이다. 능 앞에 태종무열왕릉비(국보 25호)가 있는데 비석은 없어지고 거북 모양의 받침돌과 머릿돌만 남아 있다. 머릿돌 중앙에 태종무열왕의 둘째 아들 김인문이 쓴 '태종무열대왕지비'라는 글이 있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바다에는 신라 30대 문무왕의 수중릉(사적 158호)이 있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은 죽어서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며 화장해서 동해에 뿌려달라고 유언했다. 신문왕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화장해서 지금의 수중릉에 뿌렸다. 신문왕은 화장한 아버지의 뼛가루를 품고 모차골을 지나 산을 넘어 기림사를 거쳐 지금의 봉길리 해변에 도착했다. 봉길리 해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바다에 있는 길이 20m 바위섬이 바로 이 수중릉이다. 바위섬 가운데 조그만 수중 못이 있고 그곳에 길이 3.7m, 너비 2.06m, 두께 0.9m의 화강암이 놓여 있다. 신문왕이 682년 아버지의 뜻을 이어 감은사를 짓고 감은사 금당 밑에 특이한 공간을 만들었다.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된 아버지가 감은사 금당까지 드나들게 하기 위해서 만든 공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곳은 문무대왕의 영험한 기운이 전해진다고 해서 언제 와도 무속인들이 치성을 드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왕에게 가는 길을 모두 돌아봤으면 신라밀레니엄파크에 들러봐도 좋다. 성덕대왕신종의 네 배 크기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위용을 자랑하는데 드라마 '선덕여왕' 세트장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영화 '관상', 드라마 '대왕의 꿈' 등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신라인들이 신분에 따라 살던 집도 볼 수 있다. 항아리 분수가 있는 토우공원, 도자기 체험장, 금속 공예, 들꽃 공예, 목공 체험 등 아이들이 체험할 거리가 많다. @naver.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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