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CEO 칼럼] 노(No)라 말하면 자리 빼는 한국기업

신우성 한국바스프 대표·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장


글로벌 기업의 대표이사로서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문화의 가장 큰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우선 한국식 기업문화의 강점은 빠른 업무추진 속도다. '속도경영', 심지어 '마하경영'이라는 키워드도 등장한다. 한국 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 속도는 해외에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필자가 독일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 기업처럼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빠른 의사결정 속도는 상명하복 문화에 따른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상사가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할 때가 있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아닐 수도 있다. 때문에 상사가 주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면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나아가 그 결정이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이 온다면 조직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문화 중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상사에게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사 독단적 결정 심각한 위기 초래

대부분 직원들은 자신의 전문 영역과 관련, 상사가 정보 부족으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에도 쉽게 '노'라고 말하지 못한다.

어떤 국내 기업에서는 오너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책임자가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면 그를 물러나게 하고 곧바로 다른 이를 앉힌다고 한다. 이런 기업문화에서 열린 토론이 가능할까.

투명한 의사소통과 상호 존중은 유연하고 열린 조직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기업문화는 한국 기업들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다.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각자의 능력과 전문 분야를 존중한다.



필자는 평소 직원들에게 임원진의 생각을 무작정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하다면 '노'라고 말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는 보다 나은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팀워크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자는 또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임직원 누구나 공식적인 약속을 잡지 않고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무실 문을 열어두고 있다. 정기적으로 '직원과의 대화'를 개최해 직원들이 경영진과 함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이 토론에서 대표이사로서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을 받을 때도 있고 토론이 활기차게 진행돼 예정된 시간을 초과하기도 한다.

바스프 본사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할 경우에는 다른 모든 일정을 제치고 가장 먼저 '타운홀 미팅'을 연다. CEO와 한국바스프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격의 없이 의견을 전달하고 질의 응답을 나눈다. 예를 들어 한국바스프 직원이 본사 CEO에게 바스프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거꾸로 본사 경영진이 한국바스프의 영업 담당 직원들에게 보완해야 할 점을 건의하기도 한다. 본사의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만큼,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의견은 본사에도 공유된다.

수평적 의사소통 활발해져야

직원 모두는 회사의 소중한 일원이고 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때문에 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소통하는 것은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업 영역이 농업에서부터 섬유·자동차·전자에 이르기까지 화학의 전 분야에 걸쳐 있고 고객의 나이·성별·소속 산업군 역시 다양한 바스프 같은 회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근현대 산업 발전 과정에서 빠른 성장의 비결이자 차별화 요인이었다. 이런 장점에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조화시킨다면 이는 우리 산업의 미래를 보장하는 우리만의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