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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주택시장 회복의 교훈


얼마 전 만난 뉴저지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올 여름 너무 바빠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의 주택임대료와 주택가격이 오르자 그 영향이 맨해튼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북부 뉴저지 일대까지 미친 것이다.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7월 전년동기에 비해 1.2% 상승했다.

골치 아픈 주택시장이 되살아나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움트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를 통해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채권을 사들인 것도 주택시장의 회복세를 확실하게 굳히겠다는 의도다.

버블이 터지면서 미국의 주택시장은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추락했다. 시장기능은 정지했고 수백만 가구가 모기지 융자를 갚지 못해 집을 잃어야 했다. 현재도 주택가격 수준은 버블 정점에 비해 33% 낮다는 사실만 봐도 버블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알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추락하자 미 정부는 주택금융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과 페니메이를 국유화했으며 신규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모기지 재융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의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을 취했다. FRB의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는 주택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소유주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또 투자자들에 대해 정부가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지원해야 하느냐는 모럴해저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의 주택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도 못 미치지만 연관산업을 포함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또 집값이 오르면 '부의 효과'가 생겨 소비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부와 FRB가 주택시장 회복에 노심초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사례는 버블이 꺼진 시장을 되살리는 것이 매우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과 미국의 주택시장은 규모나 내용을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한국의 주택시장 가격 하락폭이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역시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거시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처럼 골이 깊어지기 전에 거시경제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을 다루고 연착륙시키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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