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화각 70주년 기념 서화대전’이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에 개관 첫날인 12일 하루만 2만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명품 조선서화 104점이 공개됐다는 의의 외에도 신윤복과 김홍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인기리에 방송 중이어서 대중적 관심에 불을 지폈다. 보화각은 간송미술관의 옛 이름으로 사비를 털어 미술품을 수집해 민족문화를 지켜낸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이 1938년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 매년 봄ㆍ가을 기획전을 열어 국보급 작품들을 공개하는데 70주년을 맞은 이번 전시에서는 간송의 수집 문화재 중 미술의 꽃으로 불리는 조선회화를 선보였다. 화제작은 혜원 신윤복(1758~?)의 ‘미인도’. 탐스런 얹은머리에 가슴이 드러날 만큼 짧은 저고리에 부풀어 오른 쪽빛 치마, 그 아래로 살짝 드러낸 버선발이 단아하면서도 관능적이다. 혜원은 세련된 감각으로 세금선(細金線)을 구사해 풍만한 여체의 요염함을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간송이 1936년 일본에서 비싼 값에 되찾아 온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惠圓傳神帖)의 30점 중 ‘단오풍정(端午風情)’ ‘주유청강(舟遊淸江)’ ‘월하정인(月下情人)’ ‘유곽쟁웅(遊廓爭雄)’ 등 최초로 4점이 한번에 전시됐다. 단원 김홍도(1745~1810?)의 명작 ‘마상청앵(馬上聽鶯)’은 버드나무 위 꾀꼬리 한쌍을 바라보는 선비의 춘정(春情)을 사생한 것. 선비의 표정에는 당대 최고 화원의 섬세한 인물묘사 능력이, 옷맵시와 동작에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단원 특유의 철선묘(鐵線描) 기법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는 겸재 정선으로 대표되는 진경(眞景)시대의 작품들부터 남종문인화와 풍속화, 추사 김정희와 그의 화파들을 아우르며 조선 후기 회화사를 꿰뚫는다. 26일까지 2주간 전시되며 관람료는 무료. (02)762-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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