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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행보를 재개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5일 첫 방문지로 전남을 택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는 민심이 여전한 전남의 여수ㆍ순천ㆍ광주에서 박 후보는 자신이 영입한 전남 출신 'DJ맨'을 데리고 한표를 호소했다.
박 후보는 순천시 동외동 웃시장 앞에서 행한 유세에서 "호남의 상처와 눈물을 짊어지고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호남의 여러분과 함께 국민대통합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친노무현계에 부정적인 이른바 호남 보수층을 잡으려 애썼다. 그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핵심 실세였던 참여정부는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집권하자마자 호남의 뿌리였던 정통 야당을 없애버리고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그랬던 사람이 지금 호남에 와서 또다시 표를 달라고 하는데 여러분 또 속으시겠는가"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유세 지원을 나온 김경재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 인요한 부위원장을 가리키며 "순천 출신인 것 아시죠. 저에게 큰 힘이 돼주신다"고 말했고 "호남의 큰 어른 한화갑(전 민주당) 대표님, 이무영(전 경찰청장)님도 저와 함께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이날 유세가 열린 웃시장 앞 로터리에는 1,000명 이상의 시민이 몰렸다. 새누리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얼마 전 순천을 찾은 문 후보 유세에도 800여명이 왔는데 이 정도면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면서 "노인분 중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계신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1962년 8월 태풍 사라호 때문에 순천에 대홍수가 일어나자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회의 최고의장이 군을 보내 4개월여 만에 주택과 상가를 복구한 일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을 경험했던 당 관계자는 "후보자 개인의 인기는 이명박보다 박근혜"라면서"지지율이 15%까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 후보의 '친노 색깔'에 반대하던 전남 민심이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사퇴 이후 갈 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남은 이번 대선을 '남의 선거'로 본다"면서 "문 후보는 싫고 박 후보는 지지할 수 없으니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이날 시민들은 박 후보 개인에게 큰 관심을 보였으나 유세에는 호응이 작았다.
박 후보가 남해안 해양관광벨트, 순천정원박람회 지원 확대 등을 약속하는 연설에 한 60대 주부는 "여태껏 대통령 한다는 사람은 다 그런다고 말했지만 실제 한 것은 천양지차"라면서 "사람들이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겉으로 박수는 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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