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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성장과 나눔의 방정식

을유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며칠 전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올해 가장 기억나는 일을 물으니 삼성그룹의 정경유착 의혹이 담긴 옛 안기부 불법도청사건과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분쟁을 꼽았다. 그는 “두산사태야 형제들간의 자중지란이니 어쩔 수 없었지만 삼성 X파일은 일부러 파헤칠 필요까진 없었는데 공연히 건드려 ‘긁어 부스럼’을 냈다”고 아쉬워했다. 그 다음날 만난 또 다른 기업인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한 폭로를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도대체 1등을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국가와 민족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 X파일과 ‘황우석 논란’을 보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를 떠올리는 기업인들도 있다. K기업의 L전무는 “올해 두 차례의 폭로 때문에 평화롭던 우리 사회가 반목과 질시, 분노와 다툼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고 한탄했다. 적지않은 기업인들이 이렇게 지난 한 해에 염증을 내며 도리질치고 있다. 요즘 상황을 보면 흡사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소란하기 그지없다. 기업인들은 실체도 불분명한 일로 서로를 헐뜯다가 국제적으로 망신만 사고 우리 사회는 온통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대로라면 상자 속에는 아직 반목과 질시를 종식시킬 ‘희망’이 남아 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은 성장의 열매를 나누려는 기업들의 진심어린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국민들이 이들의 성장에 흔쾌히 동참해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이 우리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성장과 나눔’이 함께할 때이다. 성장에 나눔의 기약이 없다면 공허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생명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LG가 100억원이라는 거금을 어려운 이웃 돕기 성금으로 건네고 삼성의 CEO들이 강추위에도 남대문 쪽방촌을 찾는 모습은 단지 연말의 분위기에 편승한 이벤트는 아닐 것이다.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열매를 나누려는 노력을 시작했으니 기업인들의 성장을 위한 노력은 지지받아 마땅하다. 우리 사회의 희망은 모두가 함께 밀어주고 당겨주는 데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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