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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중국과 미국의 엇갈린 명암
입력2005-11-21 17:26:28
수정
2005.11.21 17:26:28
파이낸셜타임스 11월21일자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지도자로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경호원들이 탑승한 긴 차량 행렬은 장관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중동 지역 민주화 증진을 위해 애써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바로 다음날 한국이 이라크 주둔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렵체(APEC) 회의 역시 미국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APEC 회의에서 도하라운드의 조속한 진전을 요구한 것은 미국의 요구에 비해 너무 평범한 수준이었다. 테러에 대한 규탄도 테러와의 전쟁은 국제 인권법 및 난민법 등 적절한 국제법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 국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고 평화와 번영에 대한 중국의 염원을 밝히며 재계 지도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미국이 이라크의 혼란과 해외에서의 인기 저하로 위축된 사이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에 자유 확대를 요구한 일본 교토 연설에서조차 예전과 달리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부시 대통령이 무역적자 해결 등 다른 우선사항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그는 정치적인 주장 또한 진전시킬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에 정치 및 종교의 자유를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부시 대통령이 중국의 한 교회를 방문한 후 종교의 자유를 주장한 것은 미국에서의 입지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경제력 및 전략적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인권개선에도 똑같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후 주석 아래서 중국의 인권이 개선되기는커녕 지난 수년간 중국 내 인권은 언론 붕괴와 함께 악화되고 있다.
중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의제기는 부시 행정부가 수행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의해 신뢰감이 손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가 중국이 인권을 무시한 채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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