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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울산석유화학업계에 최근 정리해고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올 노사분쟁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간연속 2교대 문제를 놓고 현대차 노사 간 갈등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화학업계의 이런 상황은 연초부터 전반적인 노사불안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지난해 하반기 들어 대규모 감산체제에 돌입했던 울산석유화학공단이 올해 들어서는 아예 생산을 중단하거나 공장을 폐쇄하는 가운데 일부 유화업체들은 유휴인력들의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에 들어가면서 노사 간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울산석유화학 공단에 따르면 한국바스프㈜ 노조는 울산시 남구 여천동 화성공장의 부탄디올(BDO) 생산공정 폐쇄로 발생하는 유휴인력 27명에 대해 회사 측이 사실상의 정리해고 절차에 돌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주 말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화성공장 유휴인력의 고용유지를 위해 다른 사업장 내 정규직 사원들의 희망퇴직 실시가 불가피하다”며 “희망퇴직으로 공석이 생길 경우 화성공장 유휴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 측의 이 같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회사 측이 정한 다른 사업장 소속 정규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 접수기간은 오는 22일까지로 채 일주일이 되지 않는데다 대다수 직원들도 희망퇴직 의사가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이는 유휴인력에 대한 구체적 구제의지 없이 27명을 바로 정리해고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바스프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화성공장 유휴인력의 고용유지를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결과가 뻔한 이야기다. 결국은 화성공장 인력들의 정리해고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 노조차원에서의 대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동부하이텍㈜의 유화공정 근로자 100여명도 지난 14일부터 폴리스타이렌과 발포폴리스타이렌라인 가동 중단으로 무려 6개월간의 휴업에 돌입했다. 이 공장 소속 근로자 100여명은 고용은 유지한 채 우선 6개월 동안 통상 임금만 받고 휴무에 돌입했지만 심각한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 근로자인 C씨는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우선 6개월간의 휴무를 받아들였지만 그 이후가 더욱 문제”라며 “대다수 직원들이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노조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회사 측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의 나프타 분해공장(NCC)도 가동 중단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범용제품인 나프타의 수요가 전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공장 재가동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는 상태. 이 때문에 나프타 공장 소속 150여명의 근로자들도 갈수록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지역 업계의 관계자는 “울산 21개 석유화학업체의 공장 가동률도 53%로 뚝 떨어지면서 문을 닫는 공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주간연속 2교대 문제로 노사 간 갈등을 낳고 있는 현대차에 이어 석유화학업계도 노사 간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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