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셋값이 매년 10%씩 올라서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향후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긴 하지만 취득세 영구 인하도 조만간 결정된다고 해서 옥석을 가려 청약을 할 계획입니다."지난 24일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만난 최모(42)씨는 "지금 분당 정자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데 전셋값이 너무 올라 매매를 고려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3일 전국 11개 신규 분양단지의 모델하우스가 일제히 문을 열며 시작된 가을분양 시장은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모델하우스 마다 수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용인 풍덕천동에 마련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 모델하우스 현장은 운영 시간 마감을 30분 앞둔 시각에도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이 50m가 넘게 펼쳐졌다. 이른바 '떳다방'으로 불리우는 이동식 중개업소도 8곳이나 등장해 관람객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었다. 삼성물산측은 주말 2만4,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 간 것으로 집계했다.
뜨거운 청약 열기는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위치한 '텐즈힐' 모델하우스에도 느낄 수 있었다. 모델하우스 입구로 연결되는 대로변에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모델하우스 내부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꽉 찼다. 텐즈힐 모델하우스에도 주말 동안 1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전세난과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주택시장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가을분양 열기가 뜨거운 것은 무엇보다 취득세율 영구 인하가 단행될 전망이기 때문. 정부는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을 현행 2%에서 1%로 1%포인트 낮추고, 6억 초과∼9억원 주택의 취득세율은 2%로 유지, 9억원 초과주택은 4%에서 3%로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실제로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수요자들 대부분이 취득세 영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텐즈힐 모델하우스를 찾은 김모씨(42)는 "가을 분양과 취득세 인하 소식이 겹치면서 내집 마련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기존 집을 팔기에도 유리해져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세난에 시달린 일부 수요자들 역시 내집 마련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이모씨(38)는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매번 올려주느니 이 기회에 새집에 살고 싶다"며 "분양가가 저렴하고 교통입지가 좋은 중소형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취득세율 영구 인하를 내 집 마련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중을 드러내면서 올해 가을 분양 열기가 어느 때 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9~11월에만 전국 89곳에서 7만77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물량이 이 중 3만7,544가구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상반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위례신도시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이 잇따른다. 또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도 새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정부 정책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분양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취득세 영구 인하뿐만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 중과·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동반돼야 주택거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