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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 나들이] 렉서스 RX350

가속력·주행 안정감 탁월…명품오디오 장착 '콘서트홀'


초여름의 갑작스런 비가 차창을 두드린다. 가뜩이나 나즈막한 엔진음이 이젠 아예 들리질 않는다. 빗소리에 파묻혀버린 것이다. 토요타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렉서스 RX350’가 세단 못지않은 정숙성을 한껏 뽐내는 순간이다. 비 오는 날에는 재즈가 제격이다 싶어 오디오 스위치를 켠다. ‘After the gentle rain’이라는 재즈곡이 흘러나온다. 스피커를 타고 전해지는 음악에서 모카 커피 맛이 난다. 카오디오인데도 전문 감상실 수준의 풍미를 낸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의 대표적 명품 오디오 마크레빈슨 제품이다.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 오디오로 넘어가는 지난 70년대부터 독보적인 음색으로 마니아들을 모으고 있는 마크레빈슨. 차 안에 장착된 스피커만 해도 11개에 달한다. 이런 고급 오디오를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다니 귀가 정말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우로 불어난 교통량 탓에 차는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빗물이 스며드는 듯한 음악 소리에 푹 빠져 짜증도 사라져버렸다. 가히 달리는 콘서트 홀이라고 해도 빈말이 아닐 것 같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차량이 도심을 벗어나면서 도로 위의 체증도 풀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춘천. 욕심을 내어 속도를 올려본다. 페달을 살짝 밟았는데도 반응은 즉각적이다. 시속 60ㄹ㎞로 달리던 차량이 금새 시속 100㎞에 달하더니 어느새 속도계의 바늘이 눈금의 3분의2를 넘어섰다. 그 시간이 불과 5~6초도 걸리지 않은 듯하다. 지난 3월부터 국내에 선보인 RX350은 기존 모델(RX330)보다 배기량이 200㏄ 상향 조정되면서 최고 출력(276마력)이 16%가량 늘어났는데도 넘치는 힘은 고속주행에서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엔진은 V형의 6기통 듀얼VVT-I모델. 24개의 밸브가 속도구간에 맞춰 최적의 타이밍으로 열리고 닫히는 덕분에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리는 중간 중간 커브길이 자주 나오는데다 빗물이 깔린 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중이었지만 주행 안정감이 상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기가 있는 급커브길에서는 차가 회전력으로 살짝 밀리기 마련인데 RX350에선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차종에는 차량안정성제어시스템(VSC)과 트랙션컨트롤시스템(TRC)이라는 주행안전장치가 적용돼 있어 네 바퀴의 회전력과 제동력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하면서 안전하게 미끄러짐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RX350는 이밖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사고시 탑승자를 보호하는 에어백도 7가지가 장착돼 머리와 무릎은 물론 측면의 충격으로부터도 부상을 최소화해준다. 여기에 상시 4륜 구동시스템을 더해 그야말로 바닥을 움켜쥐듯이 달릴 수 있다는 점이 RX350의 강점이다. 춘천에 도착할 무렵 3단으로 넓게 펼쳐진 파노라마식 선루프를 활짝 젖히자 비가 그친 후 파란 하늘이 성큼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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