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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조기 회복" VS "더 큰 시련" 세계 경제 어디로…

낙관론 - 증시 상승·회사채 발행 급증·리보금리 최저… "바닥 찍고 반등"<br>비관론 - 기업대출 급감·디플레이션 가능성… "W·L자형 침체 중간과정"



주식 시장과 회사채 시장이 개선 기미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조기 회복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L자형이나 W자형 침체의 중간 과정에 불과하고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등 비관적 시선이 상존한다. 동면중인 금융시스템의 주요 부문에서 분명한 부활 신호가 나타나고 디플레이션 우려감이 잦아들 때까지 아직 끝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재 발표되는 각종 지표들은 확실히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신호를 내고 있어 비관론 일색이던 연초와는 많이 달라졌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 평가받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통과하고 있는 지구촌 경제는 과연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각종 금융 지표들을 기반으로 두 가지 시각을 짚어본다. 최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은 자국 경제가 올해 말부터 회복 기조를 나타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리셰 총재는 또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를 대표해 "위기 이후 처음으로 실제적인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곧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국의 선행지수에 근거, 프랑스와 중국, 영국의 경기 둔화가 이미 멈췄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진국 중 최악의 침체가 예상된 일본도 중앙은행 총재의 입을 통해 연내에 회복 기조에 들어설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이들 주요국들이 "(글로벌 경제는) 2010년이나 돼야 느린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혀 왔던 점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이미 글로벌 주식시장은 3월 저점을 기반으로 9주 가량 상승하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은 올들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해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올 들어 두 달동안이나 미국 적격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3,000억 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지난해는 물론 호황기였던 2007년조차 월별 발행 규모가 3,000억 달러를 넘어선 달은 없었다. 금융시장의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리보(3개월 달러 기준) 금리도 1% 이하의 역대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다. 리보는 하루 거래량 360조 달러에 달하는 국제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리보 금리의 하락은 모기지 대출과 신용 대출, 회사채 금리 등 신용시장 전반이 해빙무드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최악의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것을 시사한다. 각종 경제지표도 반가운 신호를 내고 있다. 미국의 주택 관련 지표는 모기지 대출과 매매 지표에 이어 최근엔 주택 경기의 시발점에 해당되는 건축 지표까지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 4월 실업률은 2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고용 및 실업수당 관련 지표에서 예상보다 작은 감소세를 나타내며 호전 기미를 내기 시작했다. 통상 실업은 경기후행지표로 평가돼 실업률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면 경제는 이미 회복 국면에 접어든 뒤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 시스템의 중요 부분이 여전히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각국의 양적 완화 정책도 아직 효능이 검증되지 않고 있다. 은행의 기업 대출이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제공 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신디케이트론(2개 이상 은행이 참여한 중장기 기업대출)은 지난 4월 930억 달러를 나타내며 전달(2,240억 달러)보다 절반이하로 급락했다. 2008년 이후 월평균 대출액이 1,0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폭락세는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중개업체인 아이캡의 돈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떨어지고 재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리보 등은 바닥에 닿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기업 대출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자산담보부증권(ABS)등 미국의 각종 증권화 상품시장도 여전히 위축상태다. 2007년 위기 전 이 시장은 월별로 2,000억 달러 이상의 규모를 형성했으나 4월에는 단지 280억 달러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 증권화시장은 미국 내 각종 신용대출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왔기에 금융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지표다. 유럽의 정크 등급인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시장 역시 빈사상태다. 이 시장은 2007년 초 월별 50억 달러 규모를 보였지만 2007년 7월 이래 지금까지 13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하이일드 시장에는 국가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간접적 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는 평가다. 벌써부터 올해 말까지 글로벌 회사 부도율이 대공황 때보다도 높은 기록적인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리스턴대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가 90년대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FT도 "투기등급 채권의 부도율이 향후 6개월 내 두 배가 될 수도 있다"면서 "현재의 경기 호전은 각국의 비정상적인 시장개입 등에 기반한 것이기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현재 미 경제는 가계와 회사들은 빚에 시달리고 가격이 27% 가까이 떨어졌던 1930년대의 극심한 디플레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면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양 쪽 모두가 두렵지만, 현재 인플레는 좀 떨어져 있고 디플레는 매우 가까이 있고 치명적"이라고 평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의 핵이었던 중국 경제에 대해 "정부주도의 과잉 투자로 인해 3년 내 디플레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명목 채무는 명목임금과 가격, 이익이 하락해도 고정된 채로 있어 실질 채무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대출자들은 빚을 갚기 위해 지출을 더 줄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지급불능(디폴트)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로 인해 금융 및 경제 불황은 더 깊어질 수 있다. 디플레가 심화되면 현재로선 미국 등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해 더 이상의 경기부양책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이미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0.4% 하락하며 1955년 이래 최초 하락세를 보였고, 유로존의 CPI 역시 지난달 권역 출범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지구촌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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