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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가 한국 무역대국 발전에 기여"

■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 ■ 마크 레빈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에 컨테이너 철벽이 들어섰다. 대규모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을 막기 위해 내놓은 경찰의 아이디어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자리잡은 컨테이너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부산 등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를 두고도 소란스럽다. 유가 폭등으로 인해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손발이 묶인 화물 컨테이너를 두고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별스럽지 않게 여겼던 컨테이너 박스가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사실 그 동안 컨테이너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주목하지 않다가 뒤늦게 눈길이 쏠렸다는 게 바른 진단일 테다. 마침 컨테이너 박스의 역사와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심도 있게 밝혀낸 경제서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자를 역임한 경제학자인 마크 레빈슨이다. 저자는 컨테이너 박스가 인터넷처럼 세계 경제의 틀을 바꿔 놓은 혁신적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1956년 트럭기사 출신의 운송회사 사장인 말콤 맥린은 미국 뉴저지 뉴어크항에서 휴스턴으로 컨테이너 화물 운송을 시작한다. 당시 군대, 운송회사의 특수목적에 의해 간헐적으로 수송용 컨테이너를 사용한 적은 있었으나 상업적 목적에서 기업형으로 컨테이너가 쓰인 건 처음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비포장 화물 선적비용은 톤당 5.83달러였으나 컨테이너를 사용하면 15.8센트면 충분했다.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은 막대했다. 운송회사들은 너도나도 컨테이너 박스를 제작했고, 화물 선적 작업이 크게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잃은 항만 노동자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몇 차례 진통 끝에 컨테이너 박스는 해상, 철로, 육로 등 복합 운송이 가능한 세계 표준 규격을 갖게 된다. 이를 계기로 세계 항만의 역사는 바뀐다. 컨테이너 운송에 부정적이었던 뉴욕, 리버풀 등 전통적 항만은 쇠퇴하고 부산, 시애틀 등이 신흥 강자로 떠오른다. 저자는 책 서문에 “한국이 무역대국이 된 배경에는 이 ‘단순하고 멋대가리 없이 생긴 직육면체 상자’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컨테이너 박스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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