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한 서울남부ㆍ북부지법은 잇달아 단독판사회의를 열고 연임심사ㆍ근무평정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일선 판사 주도로 판사회의가 진행된 것은 지난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당시 전국적으로 열린 판사회의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날 판사회의에서는 근무평정 항목과 새로운 평정절차의 도입, 평정기준의 적절성, 불복방안, 연수원 성적을 바탕으로 매겨지는 동기간 서열제도 등에 대해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서 판사의 구명 문제는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부 판사들은 서 판사 재임용 탈락과 연관해 날 선 지적을 했으며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건의문 형식으로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거나 선언문을 채택하자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소속 단독판사들은 오후4시30분께 동관 4층에 모여 머리를 맞댔고 나머지 법원은 오후4시에 각 법원청사 회의실에서 토론을 시작했다. 단독판사는 재판장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 합의부 소속이 아니라 홀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으로 경력 5~15년차 소장·중견판사들이 주축을 이룬다.
재임용에 탈락한 서 판사는 이날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으로 대법원 결정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 마련된 법원노조 주최 퇴임식에 참석한 서 판사는 "형식적 법치주의는 위험하다"며 "재임용 탈락 결정은 부당하고 위법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 판사는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지원할 변호사와 일반인 등을 모아 법률지원단을 꾸렸다. 네티즌이 마련해준 '국민법복'을 입은 서 판사는 "국민의 법 감정을 헤아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사법부가 돼야 한다"며 "많은 분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 법복'에는 법(法) 글자 대신 사법 정의를 뜻하는 바를 정(正)자가 새겨져 있고 안쪽에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 없이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106조 문구가 수놓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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