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가 참 익숙하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한국인의 사상을 잘 담고 있는 동화이다. 흥부는 다리가 부러지고 어려움에 처한 제비를 돕고 다리를 회복한 제비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흥부에게 박 씨를 물어다 준다. 며칠 뒤 집 마당에는 커다란 박이 열리고 그 안에는 금ㆍ은ㆍ보석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흥부는 동네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다. 이 이야기는 왠지 현실 속에서도 들어본 듯하다. 국제원조사회와 한국의 이야기 같다. 국제사회는 빈곤과 전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을 도왔고 한국은 그 도움으로 회복해 해외원조로 그 은혜를 갚는다. 그리고 한국의 원조를 통해 국제사회는 더 번영하게 된다. 동화 속에 나오는 쉽고 간단한 이치가 국제사회에서도 적용되는 모습이다. 6ㆍ25 한국전쟁 기념일이 이제 곧 다가오는데, 당시 우리나라를 도왔던 나라 중에 아직도 빈곤에 처한 에티오피아ㆍ콜롬비아ㆍ필리핀을 특별히 배려하고 있는 한국의 원조가 그 예다. 젊은 세대는 이들 나라가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도왔다는 사실이 생소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에티오피아는 황실근위대를 주축으로 참전부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6,000명이 넘는 군인을 파병했고 그 중 120명은 전사했다. 콜롬비아는 5,000여명의 군인을 파병하고 200여명이 전사했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7,000여명을 파병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광화문 주한미대사관, 문화체육관광부 건물, 장충체육관은 필리핀의 원조로 지어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다. 상처를 딛고 일어난 한국은 이들 나라에게 은혜를 갚고자 박 씨를 물어다 준다. 바로 무상원조이다. 에티오피아에는 참전용사 자녀들을 위한 초등학교,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가족계획센터, 학교 등을 짓고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콜롬비아에는 참전용사 중 생존자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재활센터, 필리핀에는 경제개발을 위한 젊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인력개발센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친선병원 등을 짓고 원조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아직 이들 국가에는 금ㆍ은ㆍ보석이 가득 찬 박은 열리지 않았다. 그 박을 열리게 하기 위해 한국은 그들 나라에 지속적으로 박 씨를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은 어려운 시절 은혜를 입고 그 은혜를 되갚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우리가 지금 힘써야 할 부분은 박 씨가 필요한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에 우리가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부러진 우리의 다리를 고쳐준 그들에게 금ㆍ은ㆍ보석이 가득 찬 박이 열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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