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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역 대결보다 세대 간 대결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였던 지역감정이 다소나마 완화된 반면 세대 간 갈등은 심화됐다. 이런 대결구도가 보수 진영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중앙선관위 집계 결과 박 당선인과 문재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득표율은 51.55%(1,577만3,128표)대 48.02%(1,469만2,632표)로 최종 확정됐다. 최종 투표율은 75.8%로 집계됐다.
◇5060세대는 '보수', 2030세대는 '진보'=방송 3사의 출구조사의 세대별 투표율을 보면 60대 이상은 78.8%, 50대는 89.9%가 투표권을 행사했다. 20대는 65.2%, 30대는 72.5%가 투표장에 나왔다.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선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부동층)로 주목 받았던 40대는 78.7%가 투표했다.
세대 간 지지성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출구조사에서 박 당선인은 20대에서 34.2%의 지지를 얻은 데 그친 반면 문 후보는 65.8%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30대에서도 박 당선인 33.5%, 문 후보 66.5%로 문 후보가 압도했다.
반면 50대에서 박 당선인은 62.5%를 득표해 37.5%에 그친 문 후보보다 25%포인트 앞섰고 60대 이상에서도 72.3%를 얻어 문 후보(27.7%)를 따돌렸다. 40대에서는 문 후보가 55.6%로 박 당선인(45.4%)을 이겼지만 5060세대의 결집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인구고령화도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은 요인이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30대 이하 유권자는 1,547만여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38.2%,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1,618만여명으로 39.9%였다. 10년 전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6대 대선에서는 30대 이하가 48.3%(1,590만여명), 50대 이상이 29.3%(1,024만여명)였다. 지난 10년간 2030세대 인구 비중이 10%포인트 줄고 5060세대는 10%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결국 박 당선인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5060세대 인구 비중이 크게 늘어난데다 이들 세대의 투표율이 더 높았던 것이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얘기다. 당초 문 후보 측은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승리가 가능한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런 분석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간과한 오류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5060세대 비중이 증가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진보 진영이 정권을 탈환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대선 프레임이 '박정희 대 노무현 세력 간 대결'로 규정되고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일면서 40대 유권자들이 문 후보에 등을 돌린 것도 패인으로 분석된다.
◇지역 대결구도는 완화 조짐=이번 대선에서도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는 보수, 호남은 진보라는 등식이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지율을 들여다보면 과거보다는 지역주의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전북∙전남∙광주 등 호남 지역에서 10.4%라는 꿈의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었다. 지난 1987년 직선제 실시 이후 보수 진영 후보가 10% 넘는 지지율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문 후보는 고향인 부산에서 39.87%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초 목표했던 40%대 달성은 실패했지만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득표율 29.8%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문 후보는 경남에서도 36.33%를 얻어 40%에는 못 미쳤으나 과거 대선보다는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박 당선인의 승리 요인은 수도권에서 예상외로 선전하고 중원에서 압승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열세로 분류된 서울에서 48.18%를 얻어 문 후보(51.42%)를 바짝 추격했고 서울에서 뒤진 표를 중원에서 대거 만회했다. 특히 충남(56.66%), 충북(56.22%), 강원(61.97%)이 지지율 차를 크게 벌렸다. 문 후보는 충청에서 50% 이상 득표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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