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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노동당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소재로 한 코믹 영화 ‘인터뷰’로 홍역을 앓았던 소니와 이 영화를 온라인으로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온라인망이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한때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이번 사태가 ‘인터뷰’ 상영 때문이 아니긴 하지만 국제해커그룹간 주도권 다툼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자칫 이들의 전쟁으로 이들 기업의 피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소니 계열사의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SCEA)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는 전날 오후 3시께부터 수 시간 동안 심각한 접속 장애를 겪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store.sonyentertainmentnetwork.com/) 웹사이트를 방문하려고 시도하면 ‘로드중’이라는 메시지만 나오고 접속이 되지 않았다.
소니는 “일부 이용자들이 접속 장애를 겪고 있다고 전해왔다”며 “현재 엔지니어들이 장애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MS가 운영하는 게임·영화·음악 콘텐츠 서비스인 ‘엑스(X)박스 라이브’와 엑스박스 공식 홈페이지(www.xbox.com)도 이날 같은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이번 공격은 영화 ‘인터뷰’ 상영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PSN는 영화의 온라인 배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작 발단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국제해커그룹 간 주도권 전쟁이 그것이다.
해킹을 주도한 ‘리저드 스쿼드(Lizard Squad)’라는 해커그룹은 전날 “크리스마스(25일)에 PSN과 X박스를 겨냥해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을 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우리가 공격하게 된 유일한 이유는 ‘파이니스트 스쿼드(Finest Squad)와 ’어나니머스(Anonymous)‘와 같은 멍청이(해커그룹)들이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니스트 스쿼드와 어나니머스가 자신들의 활동을 방해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니와 MS에 대한 공격에 나섰던 셈이다.
이들 해커 집단 간 주도권 다툼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8월 어나니머스는 리저드가 자신들의 공격 중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PSN에 대해 해킹을 진행하자 이들의 명단을 FBI에 제공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이달 중순 리저드가 X박스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진행했을 때는 파이니스트가 리저드의 신원 공개와 함께 이들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한 바 있다. 또 지난 15일에는 “우리는 리자드를 트위터에서 성공적으로 퇴출시켰다. 우리는 그들의 IRC가 계속해서 오프라인 상태에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리저드는 어나니머스에 대해서는 “내가 네 아버지”, 파이니스트에 대해서는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해커들의 전쟁이 확산하면서 소니와 MS의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파이니스트는 소니와 PS에 대한 공격이 이뤄진 직후 리자드의 명단과 이들의 IP주소를 담은 정보를 공개하는 등 이들에 대한 역공에 나섰다. 또 “어둠은 가라. 우리는 인터넷이 깨끗해질 때까지 우리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싸움을 계속할 것을 분명히 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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