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ㆍ부동산 등 고액 자산을 보유한 직장가입자 3만7,000명에게 평균 51만원씩 한 해에 총 2,277억원의 보험료를 더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팍팍한 건보 재정 상황에서 적은 수입이 아니지만 그보다는 직장 월급이 같다고 해서 건보료도 무조건 동일했던 그간의 제도적 불합리가 개선되는 데 의미가 있다. 잘못된 제도 탓에 그동안 고소득자의 직장 위장취업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번 조치는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기존의 직업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선진화해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다. 정부는 이것만으로도 일단 큰 진전이라고 말하지만 당장 나타나는 미흡한 점들은 조속히 시정해나가야 한다. 이번 조치의 실제 대상은 종합소득이 있는 전체 직장 가입자 135만명 가운데 2.4%에 불과하다. 총소득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한 과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금융 자산가의 경우 현재 이자율을 감안한다면 금융자산 15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대상이 된다. 다른 소득 없이 급여에만 의존하는 전업 직장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크다.
건강보험 부담의 형평성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액 자산가의 보험료 무임승차는 고스란히 유리알 지갑인 직장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건보 재정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적자구조가 갈수록 심화할 수밖에 없다. 건보 적자가 오는 2030년까지 47조원으로 치솟는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득 중심으로 건보 부과체계를 단일화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옳고 이번이 그 첫 단추이지만 그런 청사진을 조속히 현실로 앞당기려는 노력이 가해지지 않으면 건보 재정 파탄 이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