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22·바르셀로나) 열풍에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잘생긴 외모에 골 세리머니 때는 춤도 잘 추는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는 당시 우루과이와의 16강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콜롬비아를 사상 첫 8강으로 이끌었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사랑해요, 하메스' '나와 결혼해줘요'라는 피켓이 눈에 띄었다. 5골(2도움)로 득점 단독선두에도 올랐다.
네이마르 열풍과 로드리게스의 선풍(旋風)이 브라질 월드컵 8강에서 맞붙는다. 둘의 등번호는 모두 에이스의 상징인 10번. 네이마르의 브라질(FIFA랭킹 3위)과 로드리게스가 선봉에 선 콜롬비아(8위)는 5일 오전5시 포르탈레자의 카스텔랑주경기장에서 4강 티켓을 다툰다. 16강에서 남미 라이벌 칠레를 만나 승부차기 끝에 진땀승을 거둔 브라질은 다시 한번 험난한 장애물 앞에 섰다. 역대 전적에서 브라질은 콜롬비아에 두번밖에 지지 않았지만(15승8무2패) 이번 월드컵에서의 콜롬비아는 브라질을 무너뜨릴 강력 후보로 꼽힌다. 조별리그와 16강 경기 내용만 봐도 콜롬비아는 4경기 11골 2실점으로 8골 3실점의 브라질보다 나았다. 덜 뛰고 유효슈팅도 적었음에도 더 화끈한 경기를 선보였다.
관건은 네이마르의 몸 상태. 브라질 전체 득점의 반(4골 0도움)을 혼자 책임진 네이마르는 16강 경기에서 오른쪽 무릎과 허벅지를 다쳐 며칠간 정상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일단 3일 가진 인터뷰에서는 "나는 괜찮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해 얼마든지 선발출전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카메룬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린 뒤 칠레전에서 조용했던 네이마르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콜롬비아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그는 로드리게스에 대해 "월드컵 전부터 좋은 선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로드리게스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싸움이다. 10대 때 유럽(포르투)으로 건너가 AS모나코(프랑스) 이적 첫해인 지난 시즌 9골 12도움(34경기)으로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그는 이미 자국에서는 음료와 샴푸 등 출연하지 않는 광고가 없는 'CF 스타'로 통한다. 이번 대회 활약을 발판으로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적이 성사된다면 네이마르와 라이벌 구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로드리게스의 트위터 팔로어는 270만명. 네이마르의 1,200만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16강전을 기점으로 폭증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콜롬비아전에 앞선 5일 오전1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프랑스(17위)와 독일(2위)의 또 다른 빅 매치가 펼쳐진다. 두 팀 모두 16강에서 우승 후보답지 못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가운데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만난 이번 8강에서는 팬들을 열광시킬 명승부가 연출될지 관심이다.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는 당시 서독이 4강에서 2대0으로 이겼고 1982년 4강에서도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승부차기 혈투 끝에 서독이 이겼다. 이후 독일은 1990년 대회 우승과 2002년 대회 준우승, 프랑스는 1998년 우승, 2006년에 준우승한 뒤 월드컵 무대에서 해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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