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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혹세무민(惑世誣民), 경제민주화


연말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경제민주화'타령이 다시 시작됐다.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통합진보당의 종북(從北) 논란이 시들해지자 정치권이 잽싸게 '민생'을 꺼내 드는 모양새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일단 한국 경제는 민주화가 안 돼 큰일났다. 그렇게 만든 주범은 재벌이고, 대기업이다. 그래서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 강화 ▦재벌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등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벌과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못살게 굴고 부가가치를 빼앗아 자기 배만 불리면서 빈곤을 심화시키니 이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왜 이토록 정치권과 정부는 경제민주화에 목을 매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양극화, 다시 말해 빈곤화로 요약되는 중산층의 붕괴와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 대기업 때리기 올인

실업에, 오른 집값에, 뛰는 물가에, 점점 줄어드는 실질 소득에 분노하는 국민들 눈에는 소위 가진 자,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가진 재벌과 대기업은 분노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정치권으로서는 표를 따내는 데 이만큼 좋은 표적도 없다.

재벌을 옥죌 뿐만 아니라 아예 해체해 버리고, 대기업을 혼내주면 정말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우리 서민들이 춤출 수 있을까. 이를 가늠해 보려면 최근 2년 남짓 벌인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조치들을 차분하게 따져보면 될 일이다.

대형마트 의무 휴무가 강제되면서 여기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단다. 특히 파견직 근로자, 다시 말해 비정규직이 먼저 목이 날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제적 약자 중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또 일감 몰아주기와 골목상권에서 생긴 대기업의 공백은 또 다른 대기업들이 차지했다. 한전 구내식당 운영사업권은 에버랜드에서 동원그룹 계열의 동원홈푸드로 넘어가고 호텔신라가 내놓은 고급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는 대한제분이 인수하는 식이다. 중소기업에 무슨 혜택이 갔는지 들리는 얘기는 별로 없다.



대ㆍ중소기업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지난 20년간 생산(성장성), 부가가치(수익성) 증가율면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되레 높았다는 실증 보고서를 냈다. 산업 현장만 둘러봐도 대기업 덕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1차 협력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정치권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을 해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ㆍ현대차ㆍ포스코ㆍ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이다. 이들이 휘청거리면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

그런데도 한국 정치권은 대기업을 흔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퍼펙트 스톰이 나라를 위협하는 데도 도와주기는커녕 '대기업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꼴이다.

작금의 빈곤화는 사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잘못된 노사정 합의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부동산 규제를 풀어 투기를 조장했을 뿐만 아니라 카드를 남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김대중 정권의 책임이 크다. 이어 나라를 책임진 노무현 정부 역시 "부동산 외에 꿇릴 게 없다"는 고백처럼 집값 폭등으로 구매력을 더욱 떨어뜨려 내수위축을 깊게 했다.

선동적 포퓰리즘으론 민생해결 못해

현 정권 역시 '7.4.7'성장 드라이브를 건다며 환율만 크게 올려 물가폭등으로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다. 그래 놓고는 '환율 덕 좀 봤으니 대기업들은 돈 좀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은 표만 의식해 경제민주화를 함부로 입에 올리기 전에 빈곤화의 원인부터 제대로 짚어야 한다. 대기업이 병인(病因)이라며 오늘도 선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병은 깊어갈 뿐 당신들이 떠벌리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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