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해는 달라졌다. 8월 이후 축제 행사가 폭증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만 해도 지난 4일 광장을 가득 채운 '썸머 K팝 페스티벌'이 있었고 오는 7~9일 '서울드럼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어 14일에는 '광복 70주년 기념 전야제'가 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13~15일 부산 '해운대 썸머 페스티벌'이, 9월11~13일 인천에서는 '더 케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 외 지역의 다양한 페스티벌·축제도 잇따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쇼핑관광 축제라는 이름으로 '서울썸머세일(7월1일~8월20일)'이 현재 진행 중인데 역시 외국인 대상인 '코리아그랜드세일'이 14일부터 열린다.
정부는 광복절 전날인 14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덕분에 14~16일 사흘 연휴가 생겼다. 광복 70주년을 국민과 함께 축하하자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14일 하루 휴일 추가에 1조3,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생긴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어쩌다가 우리나라 여름이 축제의 계절이 됐나. 물론 축제를 하고 즐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는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과유불급'에 있다.
6~7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전국이 숨죽인 채 있다가 사태가 진정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일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상태에서 이들을 다시 부르기 위해서는 축제만 한 상품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단기간에 축제를 준비하고 관객을 부른 관계자들의 노고에도 경의를 표한다.
다만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행사가 비슷비슷하다. 아이돌 등 연예인을 동원하고 쇼핑 홍보에 열을 올린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광복 70주년 전야제'도 프로그램만 보면 KBS 방송의 '열린음악회'를 좀 키운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국내 관광 업계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 사태라는 미증유의 재난으로 극도의 침체를 겪었다. 대한민국 경제체제가 1997년 IMF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뉘듯이 우리나라 관광 분야도 세월호 이후는 바뀌어야 한다.
축제가 과거와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화와 관광이 내수 활성화나 소비 확대를 위한 수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놀고 싶지 않아서, 쉬고 싶지 않아서 놀지도 쉬지도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축제를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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