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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의 얼굴 돼야
입력2005-10-27 17:00:22
수정
2005.10.27 17:00:22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1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오늘 개관해 우리 문화사에 새 획을 긋게 됐다.
9만3,000평의 부지에 연건평 4만6,000평인 새 중앙박물관은 세계 6위 규모이고 단일 건물 박물관으로는 세계 최대다. 5,000여년에 걸친 우리 역사의 숨결이 서린 소장 유물 15만점 중 개관과 함께 전시될 1만1,000점은 내용도 알차 세계 저명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물관은 그 나라와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얼굴’이다. 국민의 삶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 나라를 알려면 박물관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나라마다 좋은 박물관을 가지려 힘을 기울이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대만의 고궁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반드시 찾아봐야 할 곳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국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에 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는 유랑의 60년사다. 7번이나 이사를 다니는 등 셋방살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6ㆍ25전쟁 때는 부산으로 피란해 그나마 재난을 면할 수 있었다. 중앙청이 헐린 뒤에는 중앙청 후생관으로 옮겨 옹색한 살림을 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유물 보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소장 유물조차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해 나라의 얼굴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광복 60년을 맞아, 그것도 외국군이 주로 주둔했던 수난의 터인 용산에 자리잡은 새 박물관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수난의 역사를 디딤돌로 도약의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해 보여주는 것이 역할의 전부가 아니다. 역사와 문화를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삶의 공간이자 문화 및 관광 산업과 학술 연구의 첨병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유물 보존과 전시, 관람 편의, 충실한 자료 제공 및 역사와 문화 체험공간 확보, 유물구입 예산 등이 뒷받침한 돼야 한다. 새 국립박물관이 한국의 얼굴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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